피고인은 1992. 11.30.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는데 유죄로 확정된 범죄 중 장물취득죄의 범죄사실은, 피고인이 위 공동피고인 손*일, 김*수(이 사건의 원심공동피고인이기도 한 바, 이들의 원심판결은 확정되었다)와 공모하여 1992. 9. 24. 02:00경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공중전화박스 옆에서 공소외 이경석 등이 전날인 같은 달 23. 23:40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노상에서 피해자 채월용(이하 피해자라고 한다)으로 부터 강취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 1매를 장물인 정을 알면서도 교부받아 취득하였다는 것이다.
피고인에 대한 확정판결이 있고 나서 피고인에 대하여 강도상해죄로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위 손*일, 김*수, 이*석, 원심공동피고인 강*광 및 공소외 임*영과 합동하여 1992. 9. 23. 23:40경 서울 구로구 구로동 번지불상 앞길에서 피고인과 위 김영수,강대광은 망을 보고 위 손*일,이*석,임*영은 술에 취하여 졸고 있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주먹과 발로 피해자의 얼굴 및 몸통부위를 수회 때리고 차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피해자의 상 하의 호주머니에서 피해자 소유의 국민카드 2매, 비씨카드 2매, 현금 60,000원, 주민등록증이 들어 있는 지갑 2개를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미상의 안면부 타박상 등을 입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인 서울 고등법원은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원심판결에 대하여 피고인은 판결이 확정된 장물취득죄와 이 사건 강도상해죄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므로 면소판결을 하여야 한다는 이유로 대법원에 상고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은 "유죄로 확정된 장물취득죄와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이 사건 강도상해죄는 범행일시가 근접하고 위 장물취득죄의 장물이 이 사건 강도상해죄의 목적물 중 일부이기는 하나, 그 범행의 일시,장소가 서로 다르고, 강도상해죄는 피해자를 폭행하여 상해를 입히고 재물을 강취하였다는 것인데 반하여 위 장물취득죄는 위와 같은 강도상해의 범행이 완료된 이후에 강도상해죄의 범인이 아닌 피고인이 다른 장소에서 그 장물을 교부받았음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서 그 수단, 방법, 상대방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가 별개이고, 행위의 태양(態樣)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위 장물취득죄와 이 사건 강도상해죄 사이에는 동일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따라서 피고인이 위 장물취득죄로 받은 판결이 위와 같은 경위로 확정되었다고 하여 이 사건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여야 한다거나 피고인을 강도상해죄로 처벌하는 것이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어긋난다고는 할 수 없으니, 이와 같은 취지의 원심판단은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 판단에 대한 검토
대법원 다수의견이 판결이 확정된 장물취득죄와 이 사건 강도상해죄 사이에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장물취득과 강도상해 사이에는 그 수단, 방법, 상대방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 다르고 행위의 태양이나 피해법익도 다르고 죄질도 현저히 다르며 그 범행의 일시와 장소가 다르다는 점이다.
대법원이 취하고 있는 기본적 사실관계동일설에 의하면 공소사실의 동일성에 대한 판단기준은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으로 동일한가 라는 것이다.
결국 기본적 사실관계동일설은 공소사실 자체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공소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을 비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 다수입장이 이 사건 판결에서 취한 방법은 공소사실 자체를 비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장물취득과 강도상해의 행위태양이나 피해법익, 죄질, 수단 등이 서로 다르므로 확정된 장물취득죄에 대한 공소사실과 이 사건 강도상해죄의 공소사실은 서로 다르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는 본 판결의 소수의견에서 지적하듯이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 일체의 법률적 관점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자연적, 전법률적 관점에서 동일성을 판단해야 하는 기본적 사실관계동일설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고 할 것이다.
그리고 본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게 되면 피해자로부터 강취한 신용카드를 가지고 있던 도중에 체포되자 피고인이 자신의 강도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기가 아는 사람이 훔친 신용카드를 그 정을 알고 취득한 것이라고 자백을 하였고 이에 따라 공소가 제기되었는데, 피고인이 항소하여 항소심 도중에 함께 강도를 한 공범이 붙잡히게 되자 항소를 취하하여 장물취득에 대한 판결을 확정시킨 것이다. 결국 강도죄를 그 증거가 부족한 관계로 장물취득죄로 기소하여 이에 대하여 유죄의 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장물취득죄과 강도상해죄는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것으로 보아서 면소판결을 하는 것이 타당한 결론인 것으로 판단된다.
자신의 중한 죄를 은폐하기 위해 가벼운 장물취득죄로 처벌받고자 한 피고인의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지만, 이러한 예외적인 경우까지 처벌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유지해 오던 대법원의 입장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여론으로, 장물취득죄와 강도상해죄 사이에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장물취득죄로 공소가 제기되었으나 공판과정에서 강도상해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사실관계가 밝혀진 경우나 그 반대의 경우에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없어서 공소장 변경이 허용되지 아니하여 진실로 밝혀진 사실관계에 대하여 법원이 판단하기 위해서는 새로이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소송경제상으로도 타당하지 아니한 결과에 이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