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교수와 학생과 김영란법
이      름: 안원하
작성일자: 2017.02.25 - 10:57
작년 2016년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는 행위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공무원 등이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 금지를 위반하면 형사책임을 지거나 과태료를 물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립대학 교수는 공무원이므로 당연히 이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다.
 
공무원이 금품을 받는 행위에는 다음 세 가지 경우가 있다:
 
1. 직무관련성도 있고 대가성도 있는 경우 - 이 경우 공무원이 금품을 받는 것은 김영란법 시행 이전부터 형법 상의 뇌물죄로 처벌되는 행위이다.
 
2. 직무관련성은 있지만 대가성은 없는 경우 -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금품을 받는 것은 김영란법이 금지하고 있다. 학생은 교수의 직무와 관련이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교수는 학생으로부터 단돈 10원 어치라도 돈이나 선물을 받으면 안 된다.
 
3. 직무관련성도 없고 대가성도 없는 경우 - 이 경우에도 공무원이 같은 사람으로부터 한 번에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거나 1년에 300만원을 넘는 금품을 받는 것을 김영란법은 금지하고 있다. 졸업생은 더 이상 교수의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람이니까, 교수가 졸업생으로부터 선물을 받을 수는 있지만, 그 경우에도 한 번에 100만원, 그리고 1년에 300만원을 넘어서는 안 된다.
 
위에서 말한 2. 직무관련성은 있지만 대가성은 없는 경우에 대해 특히 말이 많다. 김영란법이 몇 가지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것도 말이 많은 이유 중 하나이다. 그 예외 중 하나로 사교나 의례의 목적으로 하는 3만원 이내의 음식, 5만원 이내의 선물은 주고 받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다보니 학생이 선생한테 캔커피 하나 줄 수 있고,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 달아줄 수 있지 않느냐, 말이 많았다. 내 생각으로는 교수와 학생 사이에 이런 예외는 인정되지 않는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힘의 격차를 생각하면 캔커피 하나도 순수하게 사교나 의례의 목적으로 들고 간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라거나 명절을 맞았다거나 하는 기회에 고맙다는 뜻을 전하고 싶으면 카드나 메일, 또는 전화로 인사를 주고받는 것으로 만족하는 것이 좋겠다. 이제는 선물을 하는 일도 선물을 받는 일도 마음에 짐이 되는 일이므로 하지 않는 것이 서로 좋겠다. 선물을 돌려주거나 돌려받는 것도 민망하고 딱한 일이다. 교수한테는 아예 아무것도 들고가지 않는 것이 좋겠다. 여태까지는 주고받는데 별 거리낌이 없었기 때문에 습관을 바꾸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금지는 금지다.
 
마지막으로, 커피 싫어하는 교수도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커피 못 마시는 교수도 많다. 스승의 날 카네이션 받아도 달고 다니는 교수 아무도 본 적 없다. 그리고 돈 때문에 캔커피 하나 사는 것이 쉽지 않은 학우들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좋겠다.
 
2017.2.25. 안원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