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기간 중 발각된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선고의 가능 여부
강 미 영
대법원 1987.9.12. 선고, 87도2365 전원합의체판결[사문서위조죄경합사건]
[사건의 개요]
甲은 1986.9.4.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서 사문서위조 등의 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았다. 그 후 검사와 피고인인 甲이 모두 항소하였으나 1987.2.19. 춘천지방법원에서 항소가 모두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다. 그런데 甲은 1984.10.25.경에 사문서위조 등의 범행을 저질렀으며, 이러한 사실이 발각되어 다시 기소되었다.
[사건의 경과]
검사는 甲을 사문서위조죄 등의 명목으로 기소하였다. 원심법원은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집행유예의 판결이 확정된 후에 발각되어 기소된 다른 범죄에 대해서도 그 유예기간 중에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한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였다. 이에 불복한 검사는 집행유예기간 중에는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주장하여 상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판시사항]
[다수의견] 형벌의 균형상 불합리가 생기는 경우에 한하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규정의 “형의 선고를 받아”라는 의미는 실형이 선고된 경우만을 가리키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반대의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라고 함은 실형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경우도 포함한다.
[별개의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해석상 형의 집행유예기간 중이더라도 여죄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집행유예를 할 수 있다.
[판결요지]
[다수의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서 규정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라는 의미는 실형선고를 받고 집행종료나 집행면제 후 5년을 경과하지 않은 경우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하나, 형법 제37조의 경합관계에 있는 수죄가 전후로 기소되어 각각 별개의 절차에서 재판을 받게 된 결과 어느 하나의 사건에서 먼저 집행유예가 선고되어 그 형이 확정되었을 경우 다른 사건의 판결에서는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면 그 수죄가 같은 절차에서 동시에 재판을 받을 수 있었던 경우와 비교하여 현저히 균형을 잃게 되므로 이러한 불합리가 생기는 경우에 한하여 위 단서 규정의 “형의 선고를 받아”라는 의미는 실형이 선고된 경우만을 가리키고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반대의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 소정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라고 함은 실형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경우도 포함하며, 집행유예기간 이전의 범죄 가운데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의 경우에 대하여도 그 의미를 달리 해석할 것이 아니다.
[별개의견]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에서 말하는 “형이란 실형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집행유예를 받은 형까지도 포함하는 것으로는 해석되지 않으므로 형의 집행유예기간 중이더라도 여죄인지의 여부에 관계없이 집행유예를 할 수 있다.
[참조조문]
구형법 제231조 <사문서의 위조, 변조> 구형법 제234조 <위조 등의 사문서의 행사>
구형법 제62조 <집행유예의 요건>
Ⅰ 서
여기서 제기되고 있는 논의의 쟁점은 피고인이 1986.9.4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에서 사문서위조 등의 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검사와 피고인이 모두 항소하였으나 1987.2.19. 춘천지방법원에서 항소가 모두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 후 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1984.10.25. 경에 피고인이 저지른 사문서위조 등의 범행이 발각된 경우에, 이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이 점에 관하여 대법관의 다수의견, 그 반대의견 또 그 별개의견이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데 이를 검토해 보기로 한다.
Ⅱ 집행유예의 의의
집행유예란 일정한 형을 선고하면서 일정한 기간동안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정해진 유예기간을 경과한 경우에 그 형의 선고가 갖는 효력을 상실시키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단기자유형 집행의 단점을 보완하고 피고인이 형집행을 받지 않은 채 스스로 범행을 뉘우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점에 그 특색이 있다.
Ⅲ 집행유예의 법적 성격
집행유예는 형의 선고 후 그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측면에서 순수한 의미의 형벌로 볼 수 없다. 그러나 개정된 형법 제62조의 2는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경우에 보호관찰, 사회봉사 또는 수강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집행유예는 현행 형법에서 보안처분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행유예가 형집행의 특수형태에 해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Ⅳ 집행유예의 요건
형법 제62조 제1항은 다음과 같은 요건이 구비되면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집행유예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범위에서 법원이 재량으로 정한다. 또 형을 병과하는 때에는 그 형의 일부에 대하여 집행을 유예할 수 있다.
1.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의 형을 선고할 경우일 것
집행유예는 징역형이나 금고형에 대하여만 할 수 있다. 따라서 현행 형법의 해석상 벌금형과 구류형의 집행은 유예할 수 없는 것이다. 선고의 대상이 되는 징역형이나 금고형은 3년 이하의 형이어야 한다.
2. 형법 제51조의 사항을 참작하여 그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일 것
여기서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는 집행유예의 본질에 비추어 형의 집행 없이 형의 선고만으로도 피고인이 스스로 범행을 반성하고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사유가 있는가의 여부는 형법 제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양형의 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가려져야 할 것이다. 그 여부에 관한 판단은 판결 선고 시를 기준으로 한다.
3.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의 종료 또는 면제 후 5년을 경과 할 것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에 의하면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집행을 종료한 후 또는 집행이 면제된 후로부터 5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는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없다. 그러나 피고인이 금고이상의 형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저지른 범행의 시기와 그 종류를 가리지 않고 무조건 집행유예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집행유예를 인정하는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금고 이상의 형선고를 받았다는 사실은 범죄인의 재범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지만 이로 인하여 형의 집행이 필요불가결하다고 볼 수는 없다.
문제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실형의 선고뿐만 아니라 집행유예를 받은 형의 선고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곧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가 라는 점이다.
(1) 부정설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규정하고 있는 집행유예의 요건 중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는 실형의 선고뿐만 아니라 집행유예를 받은 형의 선고도 포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이다. 따라서 이 견해에 의하면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하여 재차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된다. 일부 형법학자들과 종례의 대법원 판례가 이 견해를 취하고 있다. 또한 본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 반대의견이 계속 이를 주장하고 있다.
(2) 긍정설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하여 재차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견해이다. 왜냐하면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규정하고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는 실형의 선고만을 의미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형의 선고를 뜻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는 근본적인 이유는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를 해석할 때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는 ‘집행종료 후 또는 집행면제 후 5년의 경과’라는 사실의 전제가 되고 있으므로, 이는 집행유예 받을 형의 선고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다수의 형법학자들과 본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 별개의견이 이 학설을 따르고 있다.
(3) 제한적 긍정설
원칙적으로는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여죄에 대하여 동시에 재판을 받아 한꺼번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던 경우와 비교하여 현저한 불균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견해이다.
본 판례에서 다수의견이 이를 주장하고 있고 현재 대법원 판례가 계속 이를 추종하고 있다.
(4) 소결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가 규정하고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는 실형의 선고만을 의미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형의 선고를 뜻하지 않으며, 집행유예기간 중에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는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생각되는데, 그 논거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다음 그 유예기간을 경과하면 형법 제65조에 의하여 형의 선고는 그 효력을 잃게 되는 반면에, 유예기간이 경과하기 전의 미확정상태에서의 형의 집행종료 또는 집행면제는 그 개념상 성립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형법 제3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를 받은 후”라는 표현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실형으로 해석하면서, 동법 제62조 제1항 단서의 ‘금고 이상의 형’을 실형뿐만 아니라 집행유예를 받은 형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은 모순되기 때문이다.
셋째, 집행유예제도가 형벌의 집행을 연기하는 특수한 집행방법으로 형사정책적 기능을 가지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단기자유형의 폐단을 방지하고 피고인의 재사회화를 촉진시키기 위하여 집행유예기간 중에 저지른 또 다른 범죄에 대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넷째,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하여 재차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다고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집행유예의 적절한 운용을 담보하여야 할 법관이 가지고 있는 양형에 있어서 재량권의 범위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은 논거를 살펴 볼 때, 부정설과 제한적 긍정설보다는 긍정설이 타당하다고 본다. 특히 제한적 긍정설은 원칙적으로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다른 범죄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유독 소위 여죄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이를 할 수 있다고 해석하고 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서 형법의 해석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형법 제62조 제1항 단서를 해석함에 있어서 야기되는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하여 집행유예기간 중에 발각된 범죄에 대한 집행유예의 선과 가능하도록 명시적인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Ⅴ 집행유예의 효과
형법 제65조에 따르면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은 후 그 선고의 실효 또는 취소됨이 없이 유예기간을 경과한 때에는 형의 선고는 효력을 잃게 된다. 여기서 ‘형의 선고가 효력을 잃는다’는 의미는 형선고의 법률적 효과가 소멸하는 것을 말하며 형의 선고가 있었다는 기왕의 사실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형의 선고에 의하여 이미 발생한 법률효과는 소멸되지 않으며, 그 효과는 집행유예기간이 경과한 시점부터 소멸되는 것이다.
Ⅵ 결어
본 판례에서 피고인이 1986.9.4. 지방법원에서 사문서위조 등의 죄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아 1987.2.19. 항소법원에서 항소가 기각되어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 후 이 판결이 확정되기 전인 1984.10.25. 경에 피고인이 저지른 사문서위조 등의 범행이 발각된 경우에, 이 범행에 대하여 피고인에게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있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단은 옳다. 그러나 본 사안에서 취한 대법원의 다수의견은 결과적으로 원심판결을 유지한 점에서 찬성할 수 있으나, 단지 여죄의 경우에만 집행유예기간 중에 집행유예를 할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근본적으로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결론적으로 전과가 있는 자에 대하여도 새로운 범죄에 대한 형의 집행을 유예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집행유예를 인정하는 취지에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면, 집행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 다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도록 일률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본 대법원전원합의체판결에서 별개의견이 집행유예제도의 본질에 비추어 정당한 견해라고 생각한다.
백원기, 형사판례연구 [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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