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6. 4. 9. 선고 95도2466 판결 [사기(인정된 죄명 절도)]
[ 사건개요]
피고인은 1992.12.10.경 상업은행 종로지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한 대금 및 위 은행으로부터 현금서비스받는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구입대금 및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1>1993.1.4. 삼성테크에서 위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750,000원 상당의 전자제품을 구입한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9.15.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51회에 걸쳐 합계 14,828,048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였고, <2>1993.1.5. 상업은행 안양중앙지점에서 그 곳에 설치된 현금자동인출기에 위 신용카드를 투입하고 현금서비스 버튼을 눌러 현금 30만원을 꺼낸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9.1.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22회에 걸쳐 현금 합계 7,144,623원을 취득하였다. 검사는 <1><2>를 포괄하여 사기죄로 공소를 제기하였다.
[ 판시사항]
[1]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할 의사나 능력 없이 자기 명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서비스를 받거나 가맹점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한 경우의 죄책 및 그 죄수
[2]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인출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 제1심 및 원심판결]
제1심은 피고인의 행위를 포괄하여 사기죄로 인정, 피고인 항소
검사는 원심에 이르러 <2>의 범행에 관하여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를 예비적으로 추가하여 절도죄로 의율하는 공사장 변경
원심은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 및 그에 따른 처분행위에 의하여 현금을 편취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결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이 기계인 현금자동인출기로부터 금원을 신용대출받았다 하여도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고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죄를 인정
[대법원 판결요지]
[1] 신용카드의 거래는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 위 카드를 사용하여 카드가맹점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면 그 카드를 소지하여 사용하는 사람이 카드회사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정당한 소지인인 한 카드회사가 그 대금을 가맹점에 결제하고, 카드회사는 카드사용자에 대하여 물품구입대금을 대출해 준 금전채권을 가지는 것이고, 또 카드사용자가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해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가면 현금대출관계가 성립되게 되는 것인바, 이와 같은 카드사용으로 인한 카드회사의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카드사용 행위는 카드회사로부터 일정한 한도 내에서 신용공여가 이루어지고, 그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는 정당한 소지인에 의한 카드사용에 의한 금전대출이 카드 발급시에 미리 포괄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것인바,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도 결국 카드회사로부터 그 지급이 미리 허용된 것이고, 단순히 그 지급방법만이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카드사용으로 인한 대금결제의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 같이 가장하여 카드회사를 기망하고, 카드회사는 이에 착오를 일으켜 일정 한도 내에서 카드사용을 허용해 줌으로써 피고인은 기망당한 카드회사의 신용공여라는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편승하여 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도 받고, 가맹점을 통한 물품구입대금 대출도 받아 카드발급회사로 하여금 같은 액수 상당의 피해를 입게 함으로써, 카드사용으로 인한 일련의 편취행위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카드사용으로 인한 카드회사의 손해는 그것이 자동지급기에 의한 인출행위이든 가맹점을 통한 물품구입행위이든 불문하고 모두가 피해자인 카드회사의 기망당한 의사표시에 따른 카드발급에 터잡아 이루어지는 사기의 포괄일죄이다.
[2]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인출이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이유로 파기한 사례.
[ 참조조문]
[1]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7조 제1항 / [2]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47조 제1항
[ 참조판례]
[1] 대법원 1986. 3. 25. 선고 85도1572 판결(공1986, 730), 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도997 판결(공1995하, 3034)
1. 문제제기 및 논점
1)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한 대금 및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대출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으로 결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경우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하는가
2) 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자신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행위가 사기죄를 구성하는가 - 그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는가 누구의 "착오"가 존재하는가 또한 피기망자와 피해자는 누구인가
3) 혐금대출을 받고 갚지 않은 행위는 어떠한 범죄를 구성하는가 - "기계에 대한 기망' 내지 "기계의 착오"가 가능한가 또한 개정형법에 신설된 컴퓨터 등 사용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는가
4)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행위와 물품구입행위 및 현금서비스를 받는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의 죄수관계
2.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
신용카드는 형법상의 재물에 해당하므로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견해와 카드의 취득단계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행하여 카드를 취득하는 것은 카드취득 자체에 따른 재산상의 가벌적 손해의 요건에는 충족되지 못하므로 사기죄의 죄책을 지우는 것은 무리라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신용카드는 객관적 교환가치는 거의 없지만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신용카드발행인의 소유에 속하는 재물이므로 그 자체 각종 재산범죄의 객체가 되므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하거나 현금서비스를 받더라도 그것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있는 것처럼 신용카드회사를 기망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경우에는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가 성립한다.
3. 대금결제의 의사나 능력 없이 물품을 구입한 행위
(1) 학설의 태도
1) 범죄불성립설
자기의 신용카드를 부정하게 사용하여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행위는 사기죄나 배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견해로 독일의 통설이다.
논거로는 첫째,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기망이 있어야 하는데, 카드의 제시와 함께 묵시적으로 설명된 내용은 오로지 카드제시자가 명의인이고, 또한 이 카드는 유효한 것이라는 것뿐이지 그것을 넘어서서 미래에 대금을 카드회사에 납부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기망행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설사 묵시적 기망행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가맹점은 카드의 명의인이나 유효여부라는 형식적인 요건에만 관심이 있을 뿐 대금지불의사나 능력에는 무관심하기 때문에 가맹점의 착오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즉 착오를 인정하려면 기망행위에 따르는 최소한의 표상이 있어야 하는데 카드거래에 있어서 가맹점은 카드의 진정성과 유효 여부 이외의 사항에 관하여는 아무런 표상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가맹점의 착오는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이다.
2) 사기죄설
가. 가맹점이 피기망자 및 피해자라는 견해
가맹점은 신용카드업자가 신용카드회원으로부터 신용카드대금을 확실히 지급받을 수 있도록 배려하여야 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하여야 할 것이므로 가맹점이 대금지급의사나 능력이 없는 신용카드회원에게 물품을 판매하는 것은 신용카드업자에 대한 배신행위로서 가맹점도 이를 묵인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카드 회원의 기망행위에 가맹점이 속은 것은 가맹점에 착오가 있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사기죄는 기망에 의한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의 취득만으로 성립하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인 재산상의 손해가 발생함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기망으로 인한 재물의 교부가 있으면 그 자체로서 피해자의 재산침해가 되는 것이므로 민사상의 구제수단이 있는 경우라도 사기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나. 가맹점이 피기망자이고 카드회사가 피해자라는 견해
피기망자는 피해자와 일치할 필요가 없으며 피기망자와 피해자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피기망자는 사실상 피해자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족하는 것인데, 가맹점은 매매계약의 체결과 매출전표의 송부에 의하여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불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에는 카드회사의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 또는 지위가 인정될 수 있다. 즉 소송사기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삼각사기에 의한 사기죄가 된다.
다. 카드회사가 피기망자이고 피해자라는 견해
신용카드 이용의 경우 가맹점은 약관에 따라 카드회사로부터 대체지급을 받고 손실은 결국 카드회사에 귀속되기 때문에 피기망자는 카드회사이다. 도한 카드회사는 가맹점으로부터 송부받은 회원서명의 매출전표가 제대로 결제되리라고 오신하여 가맹점에 대체지급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 점에서 착오와 재산적 추분행위가 있다고 할 것이고, 카드회원은 카드회사에 대체지급을 시킨 점에서 불법한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 신용카드회사로부터 가맹점에 대금이 지불된 시점에서 사기죄가 된다.
(2) 본 판례의 태도
1) 본 판례의 이론구성
본 판결은 자기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한 행위는 카드회사를 피기망자 및 피해자로 하는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기망(카드발급신청시 대금결제의 의사와 능력에 대하여)->피기망자(카드회사)의 착오->피기망자의 처분행위(카드발급에 의한 카드회사의 신용공여)->재산상 이익의 취득(물품구입대금 대출)->피해자(카드회사)의 손해]의 형태로 사기죄의 구성요건을 충족시킨다고 한다.
사기죄를 긍정하는 학설이 피해자와 피기망자를 누구로 인정하든 기망을 가맹점에서의 물품구입행위로부터 인정함에 반하여, 본 판결은 가맹점을 매개로 하지 않고 카드회사에 대하여 카드발급을 신청하는 행위로부터 인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행위자가 사기죄로 인하여 취득한 것은 물품이 아니라 물품구입대금의 대출(재산상 이익)이라고 하였다.
2) 본 판례의 검토
사기죄를 성립한다는 판결의 결론은 타당하나, 그 근거를 가맹점에서의 물품구이행위가 아니라 카드회사에 대하여 카드발급을 신청하는 행위로부터 출발하는 것에 대하여는 의문을 가진다.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는 행위가 사기죄를 구성하는 경우 기망이 카드발급신청시에 존재한다는 점은 타당하지 않으며, 어떠한 행위가 범죄를 구성하는가는 원칙적으로 당해 행위를 기초로 하여 판단하여야 하므로 가맹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한 행위가 사기죄를 구성하려면 물품구입행위가 사기죄의 기망에 해당하여야 한다.
(3) 소결
자기 카드의 부정사용이 사기죄가 되느냐의 문제는 신용카드의 발급신청시에 변제의사나 능력이 있었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며, 자기의 신용카드를 물품구입을 위하여 가맹점에 제시하는 행위가 기망에 해당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망이란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일체의 행위를 말하며, 명시적 기망행위는 물론 묵시적 기망행위 및 부작위에 의한 기망도 포함된다. 신용카드의 제시행위는 결제일에 대금을 이상 없이 결제하겠다는 것을 나타내는 행위로서 묵시적 기망행위로 보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기망행위에 의하여 착오에 빠진 가맹점의 처분행위가 존재한다고 보아진다.
피해자가 누구인가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기죄의 성립에 손해를 요한다는 견해가 통설인데, 손해란 피해자의 전체재산의 감소를 말하며, 현실적인 손해는 물론 손해발생의 위험을 포함한다. 자기카드의 부정사용의 경우에 가맹점은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으므로 궁극적으로는 카드회사가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이는 민사상의 효과이며, 가맹점이 카드회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는 것은 신용카드거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만들어 낸 법적장치일 뿐이고 형사상 사기죄의 피해자는 기망당하여 재물을 교부해 준 가맹점이다. 즉 대금지불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재물의 교부자체가 손해이고, 재물의 교부 후에 대금청구권을 갖게 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므로, 피해자 역시 가맹점이라고 할 것이다.
4. 변제의사 없이 현금자동인출기를 통해 현금을 인출한 행위
이 행위는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거나 용역을 제공받는 경우와 비교하여 사람이 개입되지 않고 기계에 의하여 현금을 취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 학설의 태도
1) 절도죄설
기계에 대하여는 기망이 불가능하므로 신용카드를 부정사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를 구성한다. 나아가 카드발행자는 변제의 의사나 능력이 있는 카드보유자에 한하여 자동인출기의 조작에 의한 현금인출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인정하여야 하고, 카드발행시에 카드보유자에게 그러한 부정이용목적이 있었는가 없었는가에 관계없이 인출시점에서 변제의 의사나 능력이 없는 때에는 절도죄가 성립한다.
2) 사기죄설
행위자가 변제할 의사 없이 사람을 속여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신용카드를 발급받고, 발부된 카드로 변제의사 없이 기계인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에는 행위자가 자연인을 기망하였고, 그 자연인이 착오를 일으켜 회사의 이름으로 신용카드를 발부하여 주었으며 신용카드의 발부는 곧 일정한 현금 등의 처분을 허용해 준 것이고, 행위자는 처분이 허용된 것을 기계적 조작에 의해 인출한 것에 불과할 뿐이므로 전체적으로 보면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된다고 한다.
3) 무죄설
카드와 비밀번호의 소지자가 현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입력한 액수의 현금을 현금자동인출기의 현금인출구를 열어 교부하는 것은 조건 없는 점유이전의 의사표시이다. 따라서 은행은 신용카드의 비밀번호 소지자가 요구한 현금 또는 현금서비스를 내주도록 기계조작함으로써 은행의 동의 아래 인출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구성요건해당성을 충족하지 않는 것이어서 절도죄의 절취행위가 아니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사기죄에서의 기망 대상은 사람인데, 카드로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은 사람을 기망하는 것이 아니고 또 착오에 빠져 재산상의 손해를 초래할 처분행위를 야기한 것도 아니므로 사기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2) 본 판례의 태도 및 검토
본 판결의 이론구성은 현금자동인출기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하였다는 것만 다를 뿐 변제의사나 능력 없이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한 행위에 대하여 전개한 것과 동일하다. 그러나 기계인 현금자동인출기에 대한 기망이나 기계의 착오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 비록 신용카드에 의한 현금서비스가 신용카드의 발급으로 인하여 비로소 가능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기망에 의한 신용카드의 발급이 당해 신용카드를 현금자동인출기에서 사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행위에까지 연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행위를 대법원은 절도죄로 처벌하였는바, 타인의 신용카드에 의한 현금인출행위와 자기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변제의 의사나 능력 없이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를 구별할 필요성이 있는가도 의문이다.
(3) 소결
현금서비스를 받은 금전에 대한 변제의사나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 기망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으나, 기계에 대한 기망이나 기계의 착오를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사기죄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러한 행위는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을 취득하였다는 점에서 절도죄가 성립한다는 견해가 타당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금자동인출기 관리자는 정당한 사용, 즉 지급의사나 능력이 있을 것을 전제로 하여 현금인출을 허용한 것이기 때문이다.
본 사안은 개정형법이 시행되기 전의 것이므로 대법원판결에서는 문제되지 않았지만 본 사안과 같은 행위가 개정형법에 신설된 컴퓨터 사용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컴퓨터사용사기죄(제347조의2)는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함"으로써 성립한다. '허위의 정보를 입력'한다는 것은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내용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말하며,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다는 것은 주어서는 안되는 명령, 즉 권한없는 명령이나 허위의 명령을 입력하는 것을 말한다. 자기의 신용카드를 투입한 행위는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컴퓨터사용사기죄는 성립할 수 없을 것이다.
5. 죄수관계
자기의 신용카드를 사용하더라도 그 대금을 결제할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같이 가장하여 카드회사를 기망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자가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가맹점에서 물품을 구입하고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서비스도 받은 본 사안에 대하여 대법원은 사기의 포괄일죄라고 판시하였다. 그 근거로 가맹점을 통한 물품구입행위이든 자동인출기에 의한 현금인출행위이든 불문하고 모두가 피해자인 카드회사의 기망당한 의사표시에 따른 카드발급에 터잡아 이루어지는 행위라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현금서비스를 통한 현금인출은 사기죄가 아니라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물품구입행위와 현금인출행위는 사기죄와 절도죄, 양죄의 실체적 경합에 해당된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본 사안에서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에 관하여는 문제되지 않았으나 본 판결의 취지에 비추어보면, 대법원은 부정한 목적에 의한 카드발급신청에 따른 카드회사의 카드발급을 전체로서 하나의 사기죄의 구성부분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신용카드 자체가 재산죄의 객체인 재물이며, 카드발급신청과 카드사용은 별개의 의사에 기한 별개의 행위이므로 기망적인 카드발급신청에 따른 카드회사의 카드발급은 독자적으로 사기죄를 구성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6. 맺음말
본 판결은 대금을 결제할 의사나 능력도 없는 자가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후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하고 현금서비스를 받은 행위의 형사책임에 관하여 대법원의 견해를 밝힌 최초의 판결로서, 물품구입행위와 현금자동인출기를 통한 현금인출행위는 이미 기망을 통한 카드발급신청에 의하여 착오에 빠진 카드회사의 처분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포괄하여 사기죄의 일죄라고 하였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자기의 신용카드에 의한 현금인출은 타인카드에 의한 현금인출과 마찬가지로 절도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물품구입행위와 현금인출행위는 실체적 경합범관계에 있다고 본다. 나아가 변제의사나 능력없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행위는, 나중에 그 카드를 사용하여 물품을 구입하거나 현금자동인출기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은 행위의 구성부분으로서 이들과 일체가 되어 하나의 사기죄를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사기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도2466 판결 [사기(인정된 죄명 절도)]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원심판결】 수원지법 1995. 9. 28. 선고 95노1148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2. 12. 10.경 상업은행 종로지점에서 사실은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는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대출금을 정상적으로 결제할 것처럼 가장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은 다음 위 신용카드로 1993. 1. 5. 상업은행 안양중앙지점에서 그 곳에 설치된 현금자동지급기에 위 신용카드를 투입하고 현금서비스 버튼을 눌러 현금 300,000원을 꺼낸 것을 비롯하여 같은 해 9. 1.경까지 같은 방법으로 원심판결 별지 제2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22회에 걸쳐 현금 합계 7,144,623원을 대출받아 이를 편취한 것이라는 검사의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사기죄란 기망행위와 피기망자의 착오, 그에 따른 처분행위가 있어야 하며, 위 각 요소간에 인과관계가 존재하여야 할 것인데 이 사건에 있어서처럼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경우에는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 및 그에 따른 처분행위에 의하여 현금을 편취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결제의 의사나 능력 없이 기계인 현금자동지급기로부터 금원을 신용대출받았다 하여도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위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해자인 상업은행은 무자력자인 피고인으로부터 기망당하여 신용카드를 발급해줌으로써 피고인이 그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방법으로 금원을 신용대출받는 것을 허용하였고, 피고인은 그에 따라 현금을 인출하였다는 취지이므로 이에 살피건대 무릇 신용카드의 거래는 신용카드회사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사람이 위 카드를 사용하여 카드가맹점으로부터 물품을 구입하면 그 카드를 소지하여 사용하는 사람이 카드회사로부터 카드를 발급받은 정당한 소지인인 한 카드회사가 그 대금을 가맹점에 결제하고, 카드회사는 카드사용자에 대하여 물품구입대금을 대출해 준 금전채권을 가지는 것이고, 또 카드사용자가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해서 현금서비스를 받아 가면 현금대출관계가 성립되게 되는 것인바, 이와 같은 카드사용으로 인한 카드회사의 금전채권을 발생케 하는 카드사용 행위는 카드회사로부터 일정한 한도 내에서 신용공여가 이루어지고, 그 신용공여의 범위 내에서는 정당한 소지인에 의한 카드사용에 의한 금전대출이 카드 발급시에 미리 포괄적으로 허용되어 있는 것인바,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도 결국 카드회사로부터 그 지급이 미리 허용된 것이고, 단순히 그 지급방법만이 사람이 아닌 기계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와 같이 피고인이 카드사용으로 인한 대금결제의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서도 있는 것 같이 가장하여 카드회사를 기망하고, 카드회사는 이에 착오를 일으켜 일정 한도 내에서 카드사용을 허용해 줌으로써 피고인은 기망당한 카드회사의 신용공여라는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편승하여 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도 받고, 가맹점을 통한 물품구입대금 대출도 받아 카드발급회사로 하여금 같은 액수 상당의 피해를 입게 함으로써, 카드사용으로 인한 일련의 편취행위가 포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카드사용으로 인한 카드회사의 손해는 그것이 자동지급기에 의한 인출행위이든 가맹점을 통한 물품구입행위이든 불문하고 모두가 피해자인 카드회사의 기망당한 의사표시에 따른 카드발급에 터잡아 이루어지는 사기의 포괄일죄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견해에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현금자동지급기를 통한 현금대출을 받은 부분만을 골라내어 절도로 보고, 주청구 부분의 사기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원심의 조치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은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기 사실과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다 하여 공소가 제기된 것이고, 원심은 위 사기 사실과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인 절도 사실을 경합범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고 하나의 형을 선고한 것이므로, 원심판결의 전부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석수(재판장) 정귀호 이돈희(주심) 이임수
|
  |
| LAST UPDATE: 2003.09.30 - 00:51 |
218.235.95.232 - Mozilla/4.0 (compatible; MSIE 5.0; Windows 98; DigExt)
|
이름검색
메일보내기
20
1
2
법인의 형사책임 - 페더럴 익스프레스 사건 -
원인에 있어서 자유로운 행위 - 음주운전 뺑소니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