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97. 5. 30. 선고 97도597 판결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공1997.7.1.(37),1961]
[사건 개요]
피고인은 1996.1.5. 11:20경 광주 서구 농성 2동 소재 대원주차장 내 남구견인차 사무소에서 주차위반을 하지 않았음에도 교통관리공사 직원인 피해자 甲이 견인료를 납부하라고 요구하면서 그곳을 떠나려는 피고인 운전의 캐피탈 승용차의 앞을 가로막았다는 이유로 위험한 물건인 위 승용차의 앞 범퍼 부분으로 甲의 다리부분을 들이받고 약 1m 정도 진행하여 땅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동인에게 폭행을 가하였다.
[판시사항]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의 '위험한 물건' 및 '휴대'의 의미
[2] 승용차가 위 [1]항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흉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고 풀이할 것이므로, 본래 살상용·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칼·가위·유리병·각종공구·자동차 등은 물론 화학약품 또는 사주된 동물 등도 그것이 사람의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본조의 '위험한 물건'이라 할 것이며, 한편 이러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말은 소지뿐만 아니라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2] 견인료납부를 요구하는 교통관리직원을 승용차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아 폭행한 사안에서, 승용차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소정의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참조판례]
[1][2] 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도2001, 84감도319 판결(공1984, 1876) /[1] 대법원 1985. 9. 24. 선고 85도1591 판결(공1985, 1462), 대법원 1985. 10. 8. 선고 85도1851 판결(공1985, 1515), 대법원 1997. 2. 25. 선고 96도3411 판결(1997상, 1021)
Ⅰ 쟁점의 소재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 따르면,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그 죄를 범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이 자동차의 앞 범퍼로 피해자를 밀어 넘어뜨린 경우에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는지, 또 그 행위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한 것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로 된다.
Ⅱ 자동차가 ‘위험한 물건’인지 여부
1. ‘위험한 물건’의 의미
‘위험한 물건’에 관한 일반적 정의는 그 물건의 객관적 성질과 사용방법에 따라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물건을 말하고 그것이 사람을 살상하기 위하여 제조된 것임을 요하지 아니한다고 해석함이 통설이다.
대법원 판례도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흉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고 풀이할 것이므로 본래 살상용․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칼․가위․유리병․각종 공구․자동차 등은 물론, 화학약품 또는 사주된 동물 등도 그것이 사람의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본조의 ‘위험한 물건’이라 할 것이다」라고 하여 통설과 같은 입장이다.
즉, 위의 통설․판례와 같이 해석한다면 ‘위험한 물건’이냐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물건의 객관적 성질만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물건의 성질과 그 사용방법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경우에 사회통념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2. 자동차와 ‘위험한 물건’
자동차의 경우 살상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물건은 아니지만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차 앞을 가로막고 있는 피해자를 밀어뜨리는 데 사용한다면 객관적으로 위험성이 증대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것이다.
대법원판례에 따르면, 대상판결 이전에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도2001, 84감도319 판결에서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판시하였고, 대상판결도 위판결의 입장을 그대로 따랐으며, 대상판결 이후에 나온 대법원 1998.5.29. 선고, 98도1086 판결에서도 자동차를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하여 일관된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Ⅲ ‘휴대하여’에 해당하는 지 여부
1. ‘휴대하여’의 의미
(1) 사전적 의미
‘휴대(携帶)’의 사전적 의미는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님’이라고 풀이한다. 반드시 범행 이전부터 몸에 지니고 있어야 할 것을 요하지 아니하고 범행현장에서 범행에 사용할 의도 아래 이를 소지하거나 몸에 지니는 경우를 포함한다. 그러나 승용차를 ‘운전하여’ 이를 수단으로 하여 가해행위를 하는 경우는 승용차를 ‘손에 들거나 몸에 지닌 것’이라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사전적 의미에서는 승용차를 도구로 한 경우는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행위한 것으로 볼 수 없을 것이다.
(2) 학설
1) 협의설
‘휴대하여’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 그대로 ‘몸에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2) 중간설
‘휴대하여’의 의미를 ‘몸에 지니는 것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면서도 반드시 손에 집어 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맹견을 휘파람으로 불러 사주하는 행위나 자동차로 피해자를 난폭하게 몰아붙이는 경우도 휴대에 해당한다고 한다.
‘휴대하여’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인 소지하는 것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널리 ‘이용하여’와 같은 의미라고 해석하면서도 그 대상은 휴대가 가능한 동산에 한정된다고 하는 견해도 실질적으로는 중간설과 같은 범위가 된다.
3) 광의설
‘휴대하여’의 의미를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이를 소지하는 것에 한정하지 아니하고 널리 ‘이용하여’와 같은 의미라고 해석한다. 머리를 건물의 벽이나 바위에 부딪히게 하는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3) 판례
대법원은 대상판결 이전의 대법원 1984.10.23. 선고, 84도2001, 84감도319(공1984, 1876)에서 「‘휴대하여’라는 말은 소지뿐만 아니라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라고 하면서 승용차를 수단으로 한 가해행위도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행위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판례는 광의설을 취한 듯 하나, 실제로는 움직일 수 없는 물건(벽, 바위 등) 물건에 대한 사례는 없어 중간설을 취한 것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협의설을 취하지 아니한 것만은 명백하다.
2. ‘휴대하여’의 해석/유추 여부
‘휴대하여’의 사전적 의미는 ‘사용 또는 이용하여, 수단으로 하여’ 등과 다른 것이 사실이다. ‘휴대하여’는 소지하기만 하면 되고 그것이 범행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님에 비하여 ‘이용하여’는 그것이 범행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예컨대, 쇠파이프를 가지고 가서 주먹으로 폭행한 경우에도 쇠파이프를 ‘휴대하여’ 범한 것이 되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 해당하지만, 이 경우를 쇠파이프를 ‘이용하여’ 폭행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휴대하나 이용하지 않은 경우). 또한 작동 중인 대형 기계에 피해자를 밀어붙여 상해를 입힌 경우에는 기계를 ‘이용하여’ 상해를 가한 것이 되지만 기계를 ‘휴대하여’ 상해를 가한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이용하나 휴대하지 않은 경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자동차로 피해자를 밀어붙인 행위는 “자동차를 이용하여 폭행하였다”라고 할 수 있겠지만, “자동차를 휴대하여 폭행하였다”라고는 언어관행상 말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휴대하여’의 의미를 ‘이용하여’의 의미로 해석하는 광의설은 문리해석을 넘어선 것으로서 ‘휴대하여’에 속하지 아니하는 사상(事象)인 ‘휴대하지 아니한 채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사상(事象)에 대해 비슷하다는 이유로 ‘휴대하여’로 규정된 법규정을 적용하려는 것이므로 ‘휴대하여’의 외연(外延)을 유사한 다른 부분에까지 연장한 것이어서 유추임이 분명하고, 중간설 역시 언어관행상 ‘휴대한다’고 말할 수 없는 자동차를 그 대상에 포함시킨 부분은 역시 유추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확장해석을 허용하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휴대하여’의 의미와 용례를 최대한 확장하여도 ‘휴대하지 아니한 채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사상(事象)은 그 외연(外延) 밖에 있으므로 광의설과 중간설은 역시 확장해석을 넘어선 유추라고 보아야 한다.
3. 소결
결국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이나 형법 제261조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의 의미를 문리와는 달리 위험한 물건을 ‘이용하여’와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유추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해석은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금지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위험한 물건’의 범위도 실제에 있어서는 ‘휴대하여’의 의미와 관련시켜보면 ‘휴대’가 가능한 물건으로 한정되게 된다.
이 사건에서 승용차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폭행한 행위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행위한 것으로 본 원심판결은 위 법조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Ⅳ 결어
형벌법규의 해석에 있어서는 민사법규의 해석과는 달리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은 금지되므로 엄격히 해석하여야 한다. 대법원 판례도 이러한 해석원칙을 거듭 확인하고 있는데,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의 해석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대법원의 주류적 경향과는 달리 유추해석을 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급속한 발달과 더불어 새로이 출현한 다양한 위험물들이 범행의 수단으로 사용되게 되었고 이러한 경우 반드시 피고인이 ‘휴대하여’ 범행하지 아니하여도 그 위험성은 크게 증대되므로 가중처벌할 형사정책적 필요성은 충분히 있는 것이다. 또한 한편으로는 이러한 위험성이 큰 수단․도구의 경우 그것이 현실로 범행의 수단으로 제공되지 아니하였더라도 피고인이 범행현장에 이를 ‘휴대하여’ 범행한다면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여 저항을 포기하도록 만들 것이므로 그 가중처벌의 필요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입법론으로서는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이나 형법 제261조 등의 가중요건인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는 본 사건과 같은 경우를 포섭할 수 있도록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거나 이를 휴대하여’로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편 위의 경우 형을 가중하더라도 위험성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양형을 할 수 있도록 법정형에 합리적 균형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전 문】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주재우
【원심판결】 광주지법 1997. 2. 14. 선고 96노1288 판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 제1점을 함께 판단한다.
원심 및 제1심판결의 명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검토하여 보면, 이 피고 사건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있다고 한 원심판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심리미진으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방어권행사를 보장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2.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 제2점을 판단한다.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에 있어서 '위험한 물건'이라 함은 흉기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널리 사람의 생명, 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일체의 물건을 포함한다고 풀이할 것이므로, 본래 살상용·파괴용으로 만들어진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진 칼·가위·유리병·각종공구·자동차 등은 물론 화학약품 또는 사주된 동물 등도 그것이 사람의 생명·신체에 해를 가하는 데 사용되었다면 본조의 '위험한 물건'이라 할 것이며, 한편 이러한 물건을 '휴대하여'라는 말은 소지뿐만 아니라 널리 이용한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할 것인데(대법원 1984. 10. 23. 선고 84도2001, 84감도319 판결 참조),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한 바와 같이 피고인은 견인료납부를 요구하면서 피고인 운전의 광주 1라8700호 캐피탈 승용차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교통관리직원인 피해자 이영수의 다리 부분을 위 승용차 앞범퍼 부분으로 들이받고 약 1m 정도 진행하여 동인을 땅바닥에 넘어뜨려 폭행하였다는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는 위험한 물건인 자동차를 이용하여 위 이영수를 폭행하였다 할 것인즉, 같은 취지에서 피고인의 위 행위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제3조 제1항, 제2조 제1항, 형법 제260조 제1항을 적용한 원심의 조치에는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위험한 물건'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만호(재판장) 박준서 김형선(주심) 이용훈
강용현, 형사판례연구 [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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