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10. 30. 2001도4462 판결
강간·절도 공2001.12.15.[144],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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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1] 강간죄에 있어서 폭행·협박의 정도 및 그 판단 기준 [2] 강간 및 절도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있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사실오인으로 파기한 사례
[재판요지]
[1] 강간죄가 성립하려면 가해자의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어야 하고,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것이었는지 여부는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2] 강간 및 절도의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있어 공소사실에 대하여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심리미진 또는 채증법칙을 위반한 사실오인으로 파기한 사례.
[평석]
본 판례는 강간죄의 폭행'협박을 판단함에 있어 대법원의 고질적인 실수를 여실히 드러내는 판례라고 생각한다.
일단 판례 전문을 보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하고, 증인들의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는다고 하여 신빙성이 없어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고 한 점은 논외로 한다.
다만 문제는 강간죄에 있어 폭행과 협박을 판단할 때, 폭행'협박 그 자체만으로써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위 판시사항에서와 같이 "그 폭행·협박의 내용과 정도는 물론, 유형력을 행사하게 된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라고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폭행'협박이 있었냐의 여부는 강간범이 폭행'협박의 실행에 착수한 시기부터 판단해서 (현재 판례의 태도에따라) 최협의의 폭행'협박이 있었냐의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인데,
대법원에서는 강간죄의 구성요건에는 기재도 되어 있지 않은 '피해자와의 관계', '성교 당시와 그 후의 정황' 등의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대법원이 '종합적인 판단'을 정책상 쓰지 않을 수 없는 사정도 모르는 바는 아니나, 다리도 누울 자리를 보고 뻗어야 하는 것 아닌가? '종합적인 판단'을 할 곳은 따로 있지, 강간죄의 폭행'협박에서 할 것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
피해자의 진술의 진위여부는 수사실무적인 문제이므로 논외로 하더라도, 그 모든 피해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 피해자를 자기의 집이라고 속여 위 여관방으로 데리고 온 다음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에 밀어 넘어뜨리고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입을 막고 주먹으로 머리를 수회 때리며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후 2회 간음하여 강간하고, 같은 날 23:30경 위 여관방에서 피해자가 화장실에 간 틈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지갑에 있는 현금 23만 원을 가지고 나온 사실" 에서
피해자가 채팅을 하여 피고인을 만났다던가 "피해자가 대학입시를 준비중이고, 지방에 홀로 사는 어머니로부터 생활비를 송금 받는다고 하면서도, 볼보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는 등 이에 어울리지 않는 생활환경을 가지고 있는 점" 등을 법원이 강간죄의 성립여부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은
강간죄의 성립여부를 강간죄의 구성요건요소 외의 사실로 결정하려고 하는
죄형법정주의 위배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본 대법원판례는 1심과 원심이 적합하게 내린 유죄판결을 뒤집어 피고인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려주고 있다.
피고인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다 하더라도, 강간사건을 당한 피고인이 티셔츠를 벗기 전에 맞았는지 바지를 벗기전에 맞았는지 그것을 일일이 상세히 기억하고 있을 정황이 있을까?
가히 대한민국은 강간의 천국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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