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류화진
[평석대상판례]
대법원 2000. 8. 18. 선고, 2000도2231 살인(예비적 죄명 : 상해치사)·사체유기
[사실관계]
피해자가 피고인을 할퀴고 피고인의 고환을 잡고 늘어지는 등 피고인을 폭행하자 무술교관출신으로서 급소를 잘 알고 있는 피고인이 무술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울대(성대)를 가격하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한 사건
[판시사항]
[1] 살인죄에 있어서 범의의 인정 기준 및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않고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 살인의 범의에 대한 판단 기준
[2] 인체의 급소를 잘 알고 있는 무술교관 출신의 피고인이 무술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울대(聲帶)를 가격하여 사망케 한 행위에 살인의 범의가 있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1]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인데,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자백하지 아니하고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이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고 있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발생가능성 정도, 범행 후에 있어서의 결과회피행동의 유무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2] 인체의 급소를 잘 알고 있는 무술교관 출신의 피고인이 무술의 방법으로 피해자의 울대(聲帶)를 가격하여 사망케 한 행위에 살인의 범의가 있다고 본 사례.
[참조조문]
[1] 형법 제13조, 제250조
[2] 형법 제13조, 제250조
[참조판례]
대법원 1988. 2. 9. 선고 87도2564 판결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대법원 1994. 12.22. 선고 94도2511 판결
대법원 1998. 6. 9. 선고 98도980 판결
[평석]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42면 이하 참조
Ⅰ. 고의개념 및 연혁
1. 학설검토
종래의 인과적 행위론에 의하면 고의범의 구성요건은 ‘유의적인 결과의 야기’를 의미하였다. 그러므로 구성요건은 객관적인 행위상황에 제한되어, 의사의 내용인 고의는 책임요소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상, 형법총론, §12 Rn.2
이에 반해 목적적 행위론은 행위자에 의해 목적적으로 조종된 행위결과와 원하지 않았던 구성요건의 실현을 구별한다. 즉, 고의는 단순한 행위결정만으로는 의미가 없으며 동시에 구성요건을 실현하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고의의 이러한 객관적·목적적 기능은 고의를 행위인식과 행위결정으로 이해할 경우에는 언제나 전제된다고 본다.
목적적 행위론 이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로서의 고의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에 대한 인식과 범행실현에 대한 의욕(의사)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 우리 학계의 통설적인 견해이다.
고의의 본질에 관한 견해는 인식과 의욕의 배합을 어느 정도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이는 고의의 유형 및 특히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경계선상의 문제가 발생할 때에 구별기준이 된다.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46면.
이에 관한 견해에는 의사설과 인식설이 있다. 의사설은 고의를 구성요건을 실현하려고 하는 의사라고 이해하여 고의의 의지적 요소를 강조하고, 인식설은 구성요건의 내용에 대한 표상 또는 인식만 있으면 고의를 인정하여 그 지적 요소를 강조하는 것이다. 인식설에 의하면 인식있는 과실은 고의에 포함되고, 의사설에 따르면 미필적 고의를 설명할 수 없게 되어, 고의는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의 통합이라고 학계와 판례 대법원 1956. 11. 30.선고, 4289형상217, 「형법상의 범의가 있다 함은 자기가 의도한 바 행위에 의하여 범죄사실이 발생할 것을 인식하면서 그 행위를 감행하거나 하려고 하면 족하고 동 결과발생을 희망함을 요하지 않는다.」; 대법원 1969. 12. 9.선고, 69도1761판결, 「어로저지선을 넘어 어로작업을 하면 납북될 염려와 납북되면 그들의 활동을 찬양할 것을 예견하였다 하더라도 납북되어도 좋다고 하는 생각에서 들어간 것이 아니면 위 범행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에 의해 설명되어 왔다.
미필적 고의는 불확정적 고의 가운데 결과의 발생 자체가 불확실한 경우를 말한다. 미필적 고의와 인식있는 과실의 구별이 주로 문제되며, 이에 관한 학설로는 개연성설, 가능성설, 용인설, 무관심설, 회피설, 위험설, 위험차단설, 감수설 등의 학설이 있다. 그 밖의 프랑크의 분류에 따르면 결과발생을 알았더라도 행위를 하였을 경우에는 고의가 인정되며, 반대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위험한 행위를 그만두었을 경우에는 과실이 인정된다고 본다.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47면.
2. 고의론의 연혁
고의의 내용에 관한 다양한 학설의 대립은 바로 고의의 지적 요소와 의지적 요소 중 의지적 요소인 의사(의욕)을 둘러싼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미필적 고의와 인식 있는 과실이라는 경계선상의 개념을 낳은 고의개념의 변천은 곧 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의사 혹은 의욕의 필요성 유무나 정도에 관한 것이었다.
형법사적으로 고의와 과실의 개념은 로마법의 영향으로 정립되었다. 그리고 오늘날의 미필적 고의는 독일 보통법 시대의 카르프조프(Carpzov)에 의해 도입된 간접고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중세의 교회법학자들에 의해 발달된 versari 이론에서 나온 것이다. 즉, versari in re illicita는 만일 허용되지 않는 사전행위를 하였다면 고의적이 아니라 우연히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도 처벌되는 것이고, versari in re licita는 허용된 사전행위를 통해 범죄행위에 해당하는 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행위자에게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만 처벌되는 것이다. 즉 후자의 경우에는 행위자가 초래한 결과를 원한 경우에만 처벌된다는 것이고, 전자의 경우에는 우연한 결과발생의 경우에도 행위자가 간접적으로 원한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간접고의의 원형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전책임이론 예를 들어 행위자가 명정상태에서 범행을 할 경우 그에게는 이중의 책임이 인정되는데 하나는 스스로를 명정상태에 빠지게 한 점 - 사전책임 -과 다른 하다는 이 상태에서 범행을 한 점이다.
이고, 이것이 의사책임이론과 일치되어, 행위자가 객관적으로 위험한 행위를 할 경우에 이 단계에서 사전책임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아서 그는 모든 일반적인 경험에 비추어 이 행위로부터 초래되는 결과를 간접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보았다.
카르프조프는 이런 versari이론을 간접고의개념을 형성하는데 연결시켰으며, 이러한 형태로 고의개념을 확장시켰다. 그래서 현재의 구분으로는 과실행위로 초래된 결과도 ‘간접적으로 원한’ 결과라고 해서 고의범에 포함시킨 것이다. 즉 오늘 날의 인식있는 과실은 과실범이 아니라 고의범에 해당하였다. 이 개념은 고의를 목적과 동일시하는 포이어바흐(Feuerbach)에 의해 부정되었다.
Ⅱ. 대법원의 고의 이해
① 고의의 본질에 관한 대법원의 입장에 대하여 학계에서는 거의 일치되게 용인설에 입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1985. 6. 25.선고, 85도660 판결
▶1987. 2. 10.선고, 86도2338 판결
「미필적 고의라 함은 결과의 발생이 불확실한 경우, 즉 행위자에 있어서 그 결과발생에 관한 확실한 예견은 없으나 그 가능성은 인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나아가 결과발생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음을 요한다.」
② 그러나 대법원은 인식설 내지 (예견)가능성설의 입장으로 보이는 판결을 내리고 있는 경우가 더 많다.
▶대법원 1987. 7. 21.선고, 87도1091 판결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살해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도 확정적인 것을 물론 미필적인 것도 이에 포함되는 것인바,」
▶대법원 1994. 12. 22.선고, 94도2511 판결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 예견하는 것으로 족하고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또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한 것인바,」
▶대법원 1988. 6. 14.선고, 88도692 판결
「살인죄에 있어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 또는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사망의 결과발생 또는 희망할 것은 필요치 않으며, 그 인식 또는 예견은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4. 3. 22.선고, 93도3612 판결
「살인죄의 범의는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 예견하는 것으로 족하지 피해자의 사망을 희망하거나 목적으로 할 필요는 없고, 또 확정적인 고의가 아닌 미필적 고의로도 족한 것인바」
▶대법원 1987. 7. 21.선고, 87도1091 판결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고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살해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도 확정적인 것은 물론이고 미필적인 것도 이에 포함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피해자의 욕설에 크게 격분하여 흉기인 과도를 들고 피해자에게 달려가서 막바로 피해자의 목(경부)을 위 흉기로 치명상을 입도록 힘껏 내리 찔러 그 자리에서 바로 사망하게 하였다면 위 피고인에게 살해의 의식이 없었다 할 수는 없다.」
▶대법원 1998. 6. 9.선고, 98도980 판결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 또는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된다」
▶대법원 2001. 9. 28.선고, 2001도3997 판결
「살인죄에 있어서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되는 것이다」
이러한 판시내용들은 고의를 행위결과에 대한 행위자의 심리적 태도와는 무관하게 결과발생가능성을 인식 또는 예견하였는지의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음이 명백하며, 대법원의 이러한 입장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과거의 용인설적 입장에서 내용상 인식설 혹은 (예견)가능성설의 입장으로 변화한 것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Ⅲ. 형법규정과 대법원 판례의 시각
第13條 (犯意) 罪의 成立要素인 事實을 認識하지 못한 行爲는 罰하지 아니한다. 但, 法律에 特別한 規定이 있는 境遇에는 例外로 한다.
第14條 (過失) 正常의 注意를 怠慢함으로 因하여 罪의 成立要素인 事實을 認識하지 못한 行爲는 法律에 特別한 規定이 있는 境遇에 限하여 處罰한다.
우리 형법은 고의를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규정하여, 고의에 관해서는 인식의 측면만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관하여 학설은,
① 제13조가 의욕의 측면을 명시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해석을 통하여 이를 보충하여야 한다는 견해(신동운),
② 인식 있는 과실을 고의의 범주에 포함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고의의 본질을 해명하는 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학설과 판례에 맡겨져 있다는 견해(임웅),
③ 비록 인식만을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최소한의 요건일 뿐이며 사실상 의욕의 요소도 내포하는 의미라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김일수, 이형국),
④ 의욕(의사)은 인식을 전제한다는 견해(배종대, 이재상),
⑤ 제13조는 고의가 범죄의 주관적 요소라는 근거규정에 불과하며 그 내용은 학설에 일임하고 있다는 견해(손해목),
⑥ 형법 제13조가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것은, 목표실현에 대한 의지적 요소가 행위자에게 불필요하다고 본 것이라기보다는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를 인식하지도 못한 행위를 처벌할 수는 없다는 최소한의 요건을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박상기) 등이 있다.
즉 학설은 전체적으로 제13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우리 형법상 고의를 인식과 의욕의 두 가지 요소로 이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에서 일치한다.
한편 형법은 과실범을 제14조에서 “정상의 주의를 태만함으로 인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 형법상 제13조와 제14조는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이라는 동일한 규정으로 하고 있으며, 과실은 주의의무의 태만으로 이를 인식하지 못한 점에서 고의와 다를 뿐이다. 또한 제14조는 인식 없는 과실만을 규정하고 있어서,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한 경우에는 언제나 고의범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판례는 과실범에서 인식의 대상을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 1984. 2. 28.선고, 83도3007 판결 「소위 과실범에 있어서는 비난가능성의 지적 요소란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으로서 인식 있는 과실에는 이와 같은 인식이 있고 인식 없는 과실에는 이에 대한 인식 자체도 없는 경우이나 전자에 있어서 책임이 발생함은 물론 후자에 있어서도 그 결과발생을 인식하지 못하였다는 데에 대한 부주의 즉 규범적 실재로서의 과실책임이 있다고 함이 일반이므로 전단 확정사실에 비추어 피고인 등에게 결과발생과 인과관계 있는 과실이 없다거나 또는 결과의 주관적 예견가능성과 행위자의 결과피지에 대한 기대가 능성이 없다는 소론 논지는 독단적 견해로서 받아들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이는 곧 객관적 구성요건 실현가능성, 즉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판례의 입장이 제14조의 규정과 상충되지 않는다고 한다.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58면.
생각하건대 고의의 인식의 대상인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은 행위의 주체, 객체, 행위, 결과, 인과관계인데, 판례는 단순히 “결과발생의 실현가능성”이라고만 하고 있어서 문자 그대로만 보면 결과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지만, 결국 결과가 발생하려면 주체가 객체에 대해 행위를 해야 하는 것이고, 다른 구성요건요소의 인식 없이 순수히 결과발생의 가능성만을 인식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 없으므로, 판례의 태도를 위와 같이 보는 것은 무리가 없다고 본다. 어쨌건 판례의 시각에서 본다면 고의와 과실의 구별기준은 인식설에 기초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고, 판례에 의한 인식 있는 과실의 인정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59면.
Ⅳ. 맺는말
미필적 고의는 과거의 간접고의에서 유래하는 것으로서 직접고의를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고의를 확장해야 할 필요성은 고의를 인정하는 데 있어서 입증상의 어려움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평석대상의 판례 역시 피고인이 살인의 범의를 부인하고 있을 경우의 고의의 인정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고의는 범인의 내심의 의사이므로, 이를 명백히 입증해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모두 고의가 있는 쪽으로 이론을 끌어가기 위한 이론 구성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판례의 경향을 인식 있는 과실의 성립가능성을 사실상 어렵게 하고, 미필적 고의를 확대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다. 즉 범죄를 저지른 자는 속으로 무슨 생각을 했든 기어이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험사회라고 부를 만큼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현대사회에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만으로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상기, 고의의 본질과 대법원 판례의 입장, 형사판례연구[10], 5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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