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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me |
 늘푸른 소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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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bject | 대법원 1996.6.11. 선고, 96도79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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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이 사건 피해자 길종필(36세)은 1958년 8월 3일생으로 남성의 성기구조를 갖춘 남자였지만 어릴 때부터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여성으로서의 성귀속감을 느껴 1989년경부터 수년간 여장남자로서의 행세해 오다 1991년과 1992년 일본에 있는 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길종필은 여성의 질 구조를 갖추고 있고 유방이 발달하는 등 외관상으로는 여성적인 신체구조를 갖추게 되어 보통의 여자처럼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으며 성적 쾌감까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하이얏트호텔 부근에서 남자들을 상대로 윤락행위를 하여 생계를 영위하는 등 여성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길종필은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였다.
1995년 4월 24일 0시 30분경 하이얏트호텔 부근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던 피해자 길종필을 피고인들이 공소외 유선열과 합동하여 승용차에 납치하여 한국자유총연맹 건물 부근의 골목길로 끌고 갔다. 그리고 폭행과 협박을 가하여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한 다음 차 안에서 피고인 최종원, 위 유선열, 피고인 최영근 순서로 성기를 위 피해자의 음부에 삽입하여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위 피해자를 각 강간하고 이로 인하여 위 피해자로 하여금 전치 1주를 요하는 안면부타박상 등을 입게 하였다.
[대법원의 판결]
(1) 원심 서울고법 1996. 2. 23. 선고, 95노2876 판결.
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9조, 제6조 제1항, 형법 제297조 위반 여부에 대하여 위 피해자 길종필은 형법 제297조의 객체가 되는 부녀라고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 이를 무죄라고 판단한 제1심판결 서울지법 1995. 10. 11. 선고, 95고합516 판결.
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이에 대한 검사의 상고를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기각하고 강죄추행치상죄를 인정했다.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라고 하여 객체를 부녀에 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부녀라 함은 성년이든 미성년이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불문하며 곧 여자를 가리키는 것이라 할 것이다.
무릇 사람에 있어서 남자, 여자라는 성(性)의 분화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후 태아의 형성 초기에 성염색체의 구성(정상적인 경우 남성은 xy, 여성은 xx)에 의하여 이루어지고, 발생과정이 진행됨에 따라 각 성염색체의 구성에 맞추어 내부생식기인 고환 또는 난소 등의 해당 성선(性腺)이 형성되고, 이어서 호르몬의 분비와 함께 음경 또는 질, 음순 등의 외부성기가 발달하며, 출생 후에는 타고난 성선과 외부성기 및 교육 등에 의하여 심리적, 정신적인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형법 제297조에서 말하는 부녀, 즉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도 위 발생학적인 성인 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적인 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이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 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위 길종필은 1958. 8. 3.생이고 남성으로서의 성기구조를 갖춘 남자로 태어나 남자 중학교까지 졸업하였으나 어릴 때부터 여자옷을 즐겨 입거나 고무줄놀이와 같이 여자가 주로 하는 놀이를 즐겨하는 등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동경하고 여성으로서의 성에 귀속감을 느낀 나머지 1989년경부터 수년간 여장남자로서의 행세를 하여 오다가 1991년과 1992년 일본에 있는 병원에서 자신의 음경과 고환을 제거하고 그 곳에 질(膣)을 만들어 넣는 방법으로 여성으로의 성전환 수술을 받음으로써 여성으로서의 질 구조를 갖추고 있고 유방이 발달하는 등 외관상으로는 여성적인 신체구조를 갖추게 되어 보통의 여자와 같이 남자와 성생활을 할 수 있으며 성적쾌감까지 느끼고 있으나 여성의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리고 위 길종필은 본래남성으로서, 달리 여성의 성염색체 구조를 갖추고 있다거나, 성염색체는 남자이면서 생식선의 분화가 비정상적으로 되어 고환과 난소를 겸비한 진성반음양, 또는 고환이나 난소의 발육이 불완전한 가성반음양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위 길종필이 비록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여성에의 성귀속감을 느껴 왔고 위의 성전환 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의 내․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성전환 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수술 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은 없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와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위 길종필을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원심판결은 그 이유 설시에서 강간죄의 보호법익 등에 관하여 선뜻 납득할 수 없는 근거들을 내세우는 등 흠이 없지 아니하나, 위와 같은 취지에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내세운 바와 같은 부녀의 개념이나 강간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 할 수 없다.
[참조조문]
(1) 형법 제297조 (강간):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 역에 처한다.
(2)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6조 (특수강간 등) 제1항: 흉기 기타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거나 2인 이상이 합동 하여 형법 제297조의 죄를 범한 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9조 (강간 등 상해․치상): 제6조의 죄를 범한 자가 사람을 상해하거나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판례검토]
Ⅰ. 형법 제297조의 ‘婦女’의 의미
1. 문제제기
우리 형법은 강간죄에 대해 제297조에서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하여 강간의 객체를 ‘婦女’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남자는 본죄의 객체가 될 수 없다. 여기서 부녀라 함은 판례에서 밝히고 있듯이 여자를 뜻하며 성년․미성년․기혼․미혼을 불문한다. 다수설의 견해도 이와 같다.
그러나 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기준은 우리나라 법 어디에도 규정되어 있지 않다. 여기에 間性이나 성전환수술자가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지가 문제된다. 즉, 강간죄 객체로서의 ‘부녀’를 무엇을 근거로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2. 남성과 여성의 구별
(1) 間性이란 성염색체나 성호르몬분비의 이상으로 인하여 형태학적으로 兩性이 모두 존재하는 경우를 말한다. 간성에는 眞性半陰陽과 假性半陰陽이 있다. 진성반음양은 성염색체는 정상이나 고환과 난소를 겸비하고 외부성기도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이 안 되는 경우로 흔히 中性이라고도 한다. 假性半陰陽에는 성선은 난소이면서 외부성기는 남성화를 보이는 女性 假性半陰陽과 성선은 고환이면서 외부성기가 애매하거나 불완전한 남성화 또는 완전한 여성화를 보이는 男性 假性半陰陽이 있다.
이런 자들을 어떤 성에 귀속시킬 것인가는 의학의 일이고, 일종의 치료행위로서 행해지므로 이 판단에 법적인 관점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따라서 발생학적인 간성의 경우에 여성 또는 남성으로 성을 결정하는 것에 대하여 법적으로 특별히 문제 삼을 것이 없다. 정현미, ‘성전환수술자의 강간죄의 객체 여부’, 형사판례연구6(형사판례연구회 편), 서울:박영사, 1998, 174면.
(2) 신체적․생리적으로는 정상적인 사람이 반대성에 성귀속감을 느끼는 일종의 정신질환이 性轉換症이다. 성전환증 환자의 치료는 보조적인 정신치료, 정신분석, 행동치료 등을 포함하여 외과적 수술의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는 엄격한 적응증만 지켜진다면 지금까지 性분화이상질환을 치료하여 왔던 것처럼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정현미, 앞의 글, 175면. 외과적 치료를 뒷받침할 수 있는 12개항의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1) 정신과의 정확한 진단이 있을 것, 2)정신과적 치료가 상당기간 지속되었지만 성과가 없을 것, 3) 수술 전에 바뀌고자 하는 성에 대한 정신사회적 적응이 이루어져 있을 것, 4) 다른 정신질환이나 우울증이 없을 것, 5) 수술 전에 바뀌고자 하는 성에 대한 호르몬치료를 상당기간 이미 지속하여 왔고 이에 대한 부작용이 없었을 것, 6) 21세 이상으로 사춘기가 지났을 것, 7) 신체외형이 바뀌고자 하는 성에 어울릴 것, 8) 성전환수술에 대한 한 가족의 승낙이 있을 것, 9) 불임에 대한 배우자나 친가족의 동의가 있을 것, 10) 약물이나 술에 대한 습관성이 없을 것, 11) 범법기록이 없고 범죄에 이용될 가능성이 없을 것, 12) 환자에 대한 추적조사가 잘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이어야 할 것 등이다.
3. 대법원판례의 견해와 검토
(1) 대법원판례는 이 사례와 관련하여 “여자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발생학적 성인 성염색체의 구성을 기본요소로 하여 성선, 외부성기를 비롯한 신체의 외관은 물론 심리적, 정신적인 성,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수행하는 주관적․개인적인 성역할(성전환의 경우에는 그 전후를 포함하여) 및 이에 대한 일반인의 평가나 태도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라고 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의 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생물학적 요소만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정신적 요소나 주관적․개인적인 성역할, 이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까지도 포함시키는 것은 타당하다. 형법에서의 인간상은 단지 생물학적 인간만이 아니라 사회적․규범적 인간으로서의 인간상도 포함하고 있고, 강간죄의 보호법익인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에 비추어 보더라도 생물학적 성뿐만이 아니라 사회적․규범적 성격까지 고려하여 판단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2) 대법원은 이상의 전제에 기초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사안에 대한 성별 판단을 하고 있다. 즉 피해자 길종필은 “내부성기인 난소와 자궁이 없기 때문에 임신 및 출산은 불가능한 상태이고, 본래 남성으로 진성반음양 또는 가성반음양이라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라고 한 뒤, “비록 어릴 때부터 정신적으로 여성에의 성귀속감을 느껴 왔고 위의 성전환 수술로 인하여 남성으로서의 내․외부성기의 특징을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으며 남성으로서의 성격도 대부분 상실하여 외견상여성으로서의 체형을 갖추고 성격도 여성화되어 개인적으로 여성으로서의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다 할지라도, 기본적인 요소인 ① 성염색체의 구성이나 ② 본래의 내․외부성기의 구조, ③ 정상적인 남자로서 생활한 기간, ④ 성전환 수술을 한 경위, 시기 및 ⑤ 수술 후에도 여성으로서의 생식능력은 없는 점, 그리고 ⑥ 이에 대한 사회 일반인의 평가와 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사회통념상 여자로 볼 수는 없다”라고 한다.
여기서 대법원은 ①~⑥을 근거로 하여 위 피해자를 여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러므로 강간죄의 개체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끌어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
우선 피해자를 생물학적으로는 남자라 볼 수 있다(①, ②).
하지만 ③이 왜 여자로 볼 수 없는 근거가 되는지는 알 수 없다. 정상적인 남자로 생활한 기간이 약 31년(여장하기 전을 그 기간이라고 본다면)이나 34년(수술받기 전까지를 그 기간으로 계산하면)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것이 어떤 이유에서 여자로 볼 수 없는 근거가 되는지는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아마도 피해자가 사고시점 약 2 또는 5년 전까지는 남자로서 살았다는 점, 즉 피해자가 사고시점을 기준으로 인생의 대부분을 남자로 살았다는 점(31/36 또는 34/36)을 이유로 하는 것 같다. 그러나 많은 시간을 남자로서 살았다는 사실 자체가 현재도 남자라는 것을 근거지어 주지는 않는다. 특히 성전환수술자들과 같은 특수한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④도 근거가 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수술의 시기는 앞의 ③과 같은 이유에서 근거로 든 것일 테니 앞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수술의 경위는 오히려 피해자가 여성임을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고 판단된다. 여성으로서의 귀속성을 계속 느껴 최후의 수단인 외과적 수술을 택한 것이 왜 남자로 봐야하는 이유가 되는지 의문이다.
⑤도 합당한 근거가 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불임인 여성이나 자궁이 없어 임신할 수 없는 여성은 이런 측면에서는 여자로 볼 수 없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대법원이 여성은 아이를 낳아 대를 잇는(혹은 종족보존을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취급했던 남성 중심적․가부장적 사회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⑥의 논거도 이유가 될 수 없다. 피해자는 여성으로서 사회생활을 해왔고, 다른 사람들도 피해자를 여자로 생각한다는 것을 우리는 사실관계를 통해 알 수 있었다. 따라서 ⑥은 피해자가 여성임을 나타내는 논거는 될 수 있어도 여성이 아님을 증명하는 논거는 아니다.
(3)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법원의 결론은 앞서 전제한 성에 대한 여러 가지 판단기준과는 달리 오직 생물학적 성에 의해서만 성을 결정하였음을 알 수 있고 그런 점에서 부당하다. 피해자는 강간죄의 객체가 되는 여자라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배종대, 형법각론(제3판), 222~223면은 “현실적인 보호필요성은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법률상 객체가 부녀로 제한되어 있고 대법원이 성전환을 합법화하고 있지 않은 이상 임의적으로 강간죄의 객체를 확대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성전환에 의한 남성과 여성의 구별기준이 자의적으로 흐를 염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하고 있다. 반면에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각론(제5판), 156면은 성전환여성을 강간죄의 객체로 삼는 것은 허용된 확대해석에 해당할지언정 금지된 유추적용에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조국, 형사법의 성편향, 서울:박영사, 2003, 14~15면도 이에 동의한다.
Ⅱ. 성전환자를 ‘남자’로 볼 경우
1. 문제제기
(1) 판례처럼 성전환수술자를 남자로 본다면, 행위자는 객체를 착오하여 ‘강간’의 고의로 ‘강제추행’을 실현한 경우가 되고 또한 그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야기한 것이 된다. 만약 판례와 같이 이렇게 되었다고 판단한다면 이 경우 행위자의 착오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먼저 문제가 되고, 다음으로 상해라는 결과의 야기를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가 문제된다.
(2) 판례의 태도
판례는 강간의 고의로 강제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강제추행죄까지는 고의기수를 인정한다(법정적 부합설 특히 죄질부합설의 결론이기도 하다). 판례에는 착오문제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음이 드러나지 않는데, 이는 위와 같은 결론이 판례의 견해에서는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판례의 입장에서는 검토를 하나 안하나 동일한 결론이 내려질 것임이 너무나도 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결론에 이르는 근거에 대한 비판(예를 들면, 구체적 부합설을 취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은 타당하지만 착오문제 자체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는 정현미, 앞의 글은 이 점에서 부당하다.
그리고 강제추행죄로 상해의 결과를 야기한 것이 되므로, 다시 말해서 강제추행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예견가능한 상해의 결과를 야기했으므로 ‘강제추행치상죄’가 성립한다고 본다(성폭력 특볍법 제9조).
(3) 그러나 아래에서는 착오와 관련하여 판례의 입장과는 다르게 검토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는가라는 전제에서 착오와 관련한 형법 제15조 제1항의 해석론을 검토한 후 본 사례의 착오에 대한 타당한 해결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다음으로 상해라는 결과야기의 법적 문제를 살펴보고, 마지막으로 본 사례의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도록 한다.
2. 착오의 해결
(1) 序
고의는 모든 객관적 구성요건에 대한 인식을 요하는데 사실의 착오는 이러한 인식의 전부 또는 일부를 결한 경우이다. 우리 형법은 사실의 착오 규정으로 제13조와 제15조 제1항을 두고 있으므로 이 법규정의 해석론을 우선해야 하고 해석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사례에 한하여 학설의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
우선 행위자가 행위시에 기본적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요소를 인식하지 못한 때에는 그를 고의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형법 제13조). 다만 착오가 회피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과실범의 구성요건이 있는 때에는 과실범으로 처벌할 수 있을 뿐이다(형법 제14조). 판례사안의 경우는 이같은 기본적 구성요건의 착오가 아니다. 따라서 사안의 경우는 형법 제15조 제1항의 해석을 통해서 해결되는 사례인지를 먼저 살펴보고 그것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한계사례라면 학설에 의해 해결해야 할 것이다.
(2) 형법 제15조 제1항의 적용범위
형법 제15조 제1항은 “특별히 중한 죄가 되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중한 죄로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경한 사실을 인식하고서 중한 사실을 실현한 경우를 직접적인 규율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 규정의 적용범위에 대해서는 견해가 나뉘고 있다.
① 제1설 이 규정은 경한 죄를 인식하고서 중한 죄를 실현시킨 경우에 무조건 이 규정이 적용된다고 본다. 그리고 “小는 大에 포함된다”라는 논증이론으로부터 인식하지 못한 경한 죄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므로 ‘중한 사실의 인식으로 경한 사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이 규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형법 제15조 제1항은 추상적 사실의 착오를 모두 규정한 것이고 결국 이 규정으로 해결할 수 없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 문제는 학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배종대, 형법총론(제5판), 222면.
② 제2설 이 규정은 두 개의 구성요건이 기본적 구성요건(어느 형법규범이 본래적으로 처벌하려고 하는 구성요건, 보통살인이 그 예)과 가중적 구성요건(기본적 구성요건 위에 추가적으로 형벌가중사유를 포함하도록 규정된 구성요건, 존속살해가 그 예)의 관계처럼 동종․동질의 구성요건 중, 특히 불법가중사유를 포함하고 있는 불법가중적 구성요건을 실현하면서도 이를 모르고 기본적 구성요건을 실현한다는 인식하에 범행한 경우를 규율대상으로 삼는다는 견해이다.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총론(제9판), 248면.
③ 제3설 기본적 구성요건과 가중적 구성요건 사이는 물론 죄질을 같이 하는 범죄간(점유이탈물횡령죄와 절도죄)에도 적용된다고 보는 견해가 있다. 감경적 구성요건의 착오 경우 즉, 행위자가 형을 감경하는 사유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때에도 감경적 구성요건에 의하여 벌할 수 있을 뿐(예를 들면 촉탁살인의 고의로 보통살인죄를 범한 때에는 촉탁살인죄의 죄책을 지게 된다)이라고 한다. 이재상, 형법총론(제4판), 168면.
(3) 小 結
제15조 제1항은 ‘특별히 중한’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단순히 중한 범죄와 경한 범죄의 관계를 규정한 것이라 볼 수 없고, 또한 죄질(법의 성질 내지 특질)이라는 내용이 분명치 않은 개념을 사용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제2설이 타당하다.
강간과 추행의 죄에서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제추행죄이다. 이에 대해 강간과 추행의 죄의 기본적 구성요건은 강간죄와 강제추행죄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각론(제5판), 152면; 배종대, 형법각론(제3판), 220면.
성적 자기결정의 자유를 침해하는 고유한 형태의 범죄가 강제추행죄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간죄는 부녀를 간음함으로써 부녀의 성적 자유를 현저히 침해하였기 때문에 그 불법이 가중되는 가중적 구성요건이라고 보아야 한다. 이재상, 형법각론(제4판), 152~153면; 정성근․박광민, 형법각론, 157면.
그렇다면 본 판례의 사안은 형법 제1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사례의 반전된 형태이다.
형법 제15조 제1항 규정의 반전된 사례의 경우, 즉 불법가중적 범죄를 실현한다는 인식하에 기본적 구성요건이 실현된 경우는 동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전형적인 예는 아니지만 동규정을 반전시켜 행위자에게 적어도 경한 범죄의 범위 내에서 고의기수를 인정하여, 행위자를 경한 범죄의 고의기수와 중한 범죄의 미수 사이의 상상적 경합으로 취급하는 것이 옳다. 동종․동질의 구성요건간에 있어서 중한 죄의 고의는 당연히 경한 죄의 고의를 포괄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총론(제9판), 249면.
따라서 판례사안의 경우는 강제추행 기수와 (특수)강간(불능)미수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중한 죄인 강간의 불능미수로 처벌).
3. 상해의 결과에 대한 법적 평가
(1) 序
행위자는 강간미수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에게 상해를 야기했다. 이에 대한 법적 평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기본범죄가 기․미수인가의 여부는 전체 결과적 가중범의 불법의 양과 행위자의 책임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본범죄행위가 미수이고 중한 결과가 기본범죄의 미수행위로부터 직접 발생한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하여 처벌에 차등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것은 고의적인 기본행위의 미수․기수에 따라 달리 취급하는 것이 책임원칙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 가중범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었던 이유로, 이러한 경우에 대해서 종래 학설과 판례는 일관되게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부정하였다. 그러나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동법 제12조는 특수강간(동법 제6조),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동법 제7조) 그리고 장애인에 대한 준강간(동법 제8조)으로 사람을 치상하거나 치사하는 경우에 대한 미수처벌을 규정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개정 형법은 강도치상(제337조)․강도치사(제338조), 해상강도치상(제340조 제2항)․해상강도치사(제340조 제3항), 인질치상(제324조의 3)․인질치사(제324조의 4) 등의 죄에 있어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규정(제342조, 제324조의 5)하였다. 이 규정들로 인하여 기본범죄행위가 미수이고 중한 결과가 기본범죄의 미수행위로부터 직접 발생한 경우에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 학설이 나뉘게 되었다.
(2) 학설의 검토
① 제1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미수범처벌이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다. 김일수, 새로 쓴 형법총론(제8판), 605면; 배종대, 형법총론(제5판), 578면; 임웅, 형법총론, 460면.
② 제2설 결과적 가중범의 성질상 중한 결과가 발생한 때에는 결과적 가중범은 기수에 이른 것이며, 따라서 이러한 경우는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라고 할 수 없다는 견해가 있다. 이재상, 형법총론(제4판), 357면.
③ 검 토 제342조와 제324조의 5 미수범 규정은 고의의 결합범인 강도상해(제337조)․강도살인(제338조), 해상강도상해(제340조 제2항)․해상강도살인(제340조 제3항), 인질상해(제324조의 3)․인질살해(제324조의 4) 등에 제한 적용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고의범죄(강도상해, 강도강간 등)에서는 기본범죄의 기수미수에 상관없이 중한 결과가 발생하면 기수범으로 보면서, 결과적 가중범에서는 중한 결과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범죄가 미수이면 전체를 미수범으로 보자는 견해는 일관성이 결여된 것이다. 기본범죄의 기수미수 여부에 따라 전체에 대한 불법의 평가를 달리하자는 취지는 타당하나 그것은 고의범과 과실범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결과적 가중범의 미수는 부정하는 것이 옳다. 김일수․서보학, 새로쓴 형법총론(제9판), 507면; 정성근․박광민, 형법총론, 449면.
(3) 小 結
이상의 결론에 따라 판례사안의 결론을 내려보자. 피고인들은 특수강간의 (불능)미수로 인하여 상해의 결과를 야기하였다. 기본범죄의 미수는 결과적 가중범의 성립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성폭력 특별법 제9조).
Ⅲ. 결 론
(1) 본 판례사안의 경우 성전환수술자에 대한 강간은 ‘부녀’에 대한 강간으로 평가해야 함이 옳다. 따라서 성전환자를 ‘부녀’로 보지 않고 남자로 평가한 점, 그리고 그것을 전제로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대법원의 견해는 부당하다.
(2) 그리고 판례의 입장과 같이 성전환수술자를 남성으로 본다면 착오문제가 생기게 되고 이러한 구성요건적 착오는 법조문의 해석을 우선으로 하고 그로부터 해결이 되지 않는 한계사례인 경우에만 학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 사례의 경우는 형법 제15조 제1항으로부터 강제추행 기수와 (특수)강간(불능)미수의 상상적 경합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고, 이로 인한 상해의 결과는 결과적 가중범의 경우 기본범죄가 미수라도 결과적 가중범의 기수를 인정하는 것이 형행법상 타당하므로 성폭력 특별법 제9조에 의해 강간치상죄로 처벌된다고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3) 강간죄(제297조)의 객체에 대한 입법론
현행 형법 제297조는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 즉 여성만을 보호대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남성 또는 여성이 폭행․협박을 사용하여 남성을 강간한 경우는 법정형이 훨씬 낮은 강제추행죄에 의해 처벌된다.
한국여성개발원의 1992년 보고서는 이러한 형법의 태도는 “강간범에 대한 법적 처벌은 강간이라는 남성의 행위에 의해 그 가치가 감소하게 된 딸이나 아내의 소유주라고 볼 수 있는 남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처벌규정”이라고 비판하고 있으며, 이경자․윤영숙․서명선, 성폭력의 예방과 대책에 관한 연구(한국여성개발원), 1992, 125면(조국, 앞의 책, 12면에서 재인용).
동 단체의 2001년 보고서는 “강간죄의 대상을 부녀에 한정한 것은 여성에게만 처녀성과 정조를 지켜야 한다는 전통적 이중성윤리 통념을 반영한 것”이므로 강간죄의 대상을 “남녀”로 확장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한국여성개발원, 여성폭력방지 종합대책(시안): 성폭력․가정폭력을 중심으로, 2001, 32면(조국, 앞의 책, 12면에서 재인용).
배종대 교수는 현행 규정이 우리의 사회윤리상황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적으로 보자면 간음이 예외 없이 남자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지는 않기 때문에 이 죄의 객체를 부녀로 한정한 것이 범죄학적으로 꼭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한다. 배종대, 형법각론(제3판), 222면.
대법원은 “강간죄에 있어서 그 객체를 부녀로 한 것은 남녀의 생리적․육체적 차이에 의하여 강간이 남성에 의하여 감행됨을 보통으로 하는 실정에 비추어 사회적․도덕적 견지에서 부녀를 보호하려는 것이고 이로 인하여 일반 사회관념상 합리적인 근거 없는 특권을 부녀에게만 부여하고 남성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고는 할 수 없다 할 것”이라고 하여 헌법의 평등원칙에 위배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법원 1967. 2. 28. 선고 67도1 판결. 조국, 앞의 책, 12면은 이에 찬성한다.
생각건대 간음이 남자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도 아니다. 또 강간죄의 보호법익은 성적 자기결정권인데 남자의 경우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할 수 있다. 이와 같다면 강간죄의 객체를 ‘부녀’에 한정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미국의 경우 주형법에서 강간죄의 객체를 중성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고, 영국의 경우는 1976년 ‘개정 성범죄법’[Sexual Offenses(Amendment) Act](이후 1994년 ‘형사정의 및 공공질서법(Criminal Justice and Public Order Act)’으로 대체됨)에 따라, 프랑스의 경우 1980년 형법 개정으로 남성이 강간죄의 객체에 포함되었고(프랑스 형법 제222-22조), 독일의 경우는 1997년의 제33차 형법개정으로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에서 ‘타인’으로 변경되었다(독일 형법 제177조 제3항). 조국, 앞의 책, 13면.
이처럼 강간죄의 객체가 ‘부녀’로 한정되지 않고 ‘타인’으로 규정된다면 판례사안과 같은 상황에서 성전환자의 성구별이 문제로 등장하지는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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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 2003.09.15 - 22: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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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kh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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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의 불능미수를 인정하는 근거가 무엇인지요?
강제추행죄의 기수와 강간죄의 불능미수의 상상적 경합이 된다고 했는데,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관계를 불법이 가중된 관계 즉 성적 자유에 대한 현저한 침해이냐 아니냐에 따라 구분되는 것으로 판단한다면, 강간죄에는 강제추행죄의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며, 따라서 사안에서 강제추행죄의 기수와 강간죄의 불능미수는 상상적 경합이 되는 것이 아니라 강간죄의 불능미수만이 인정되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살인을 하려고 하였느나 상해만 입히고 살인미수에 그친 경우 살인죄의 미수만 성립하고 상해죄의 기수는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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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9.20 - 16: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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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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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죄를 강제추행죄의 가중적 구성요건으로 볼 것인지, 두 범죄를 독립된 별개의 구성요건으로 볼 것인지는 견해가 나뉘고 있습니다. 강간죄와 강제추행죄의 관계를 살인죄와 상해죄의 관계와 맥락을 같이 본다는 것에는 조금 의문이 드는데 ^^;; 그리고 동일 여성객체를 강간하려다가 삽입에 실패하고 어찌어찌해서 추행에만 그쳤다면 단순히 강간미수만을 인정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본 사안의 객체는 성전환자이고, 또한 피고인은 그 객체를 '여자'라고 착오를 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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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09.24 - 01: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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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刑法 第263條의 適用範圍에 관한 批判的 考察>
중지미수의 성립요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