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문헌 산책

Name	류화진

Subject	여성주의 관점에서 본 성폭력범죄

조국, 여성주의 관점에서 본 성폭력범죄, 서울대학교 법학 제43권 2호, 2002. 6.

본 논문은 최근 성폭력 및 가정폭력 관련 법률의 제정과 관련한 여성주의적인 법개혁의 움직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있는 이상돈 교수의 견해를 조국 교수가 반박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재강조한 글이다.
1980년대 말 이후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 온 여성주의적 이론과 실천은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가정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가정폭력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의 제정이라는 의미있는 법적 성과물을 만들어내었다. 이러한 특별법들이 특별법만능주의적 사고의 산물이라는 문제점 이외에도 여러 각론적인 문제들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적·사회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법적인 보호를 보장한다는 의미있는 작업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상돈 교수는 이러한 여성주의적 법개혁 운동을 “의사소통적 행동”이 아니라 “전략적 행동”에 매몰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처럼 성찰과 대화를 통해 해결하기에는 남성중심주의적인 현실이 너무나도 여성들에게는 크나큰 장벽이 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법률들처럼 전략적인 방법을 쓰지 않을 수 없음을 조국 교수는 적절히 지적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여성주의적 법개혁운동을 “남성적 여성주의”라고 한 이상돈 교수의 견해에 대해, 조국 교수는 “현실에서 ‘평등’하지 않은 것을 ‘평등’하게 만들고 ‘보호’받아야 할 현실이 있음을 인정하고 적극 ‘보호’하는 것은 리얼리즘이지 기존의 성역활의 고정화도 아니고 남성적 여성주의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조국 교수는 이러한 “성차이를 반영한 평등주의”에서는 여성에 대한 ‘평등’과 ‘특별보호’간의 긴장이라는 딜레마의 엄존에 긴장하고 있다. 그렇다. 남성과 여성은 같은 ‘인간’이라는 상위개념 하에서는 ‘인간’으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와 대우가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생물학적인 이유에서 오는 ‘선천적인 차이’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고 없앨 수도 없다. 생물학적인 차이가 사회적인 불평등으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 된다. 또한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해 여성은 보호받아 마땅한 위치에 있다. 인간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의 평등화를 이루는 것이 절대적 평등이라면, 생물학적인 차이를 ‘보호’라는 사회적·법적인 장치로 극복하는 것은 비례적 평등인 것이다. 이런 점을 간과한 자칭 남성주의자들의 발언은 자칫 졸장부들의 투정으로 들리기 십상이다. 따라서 성폭력범죄에 관해서만은 여성을 법적으로 매우 강하게 보호해야 할 필요성은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한편 “동의적 성에 대해서는 사회성원의 자율에 맡기지만, 강제적 성에 대해서는 국가개입을 철저히 해야 한다”는 한인섭 교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문제는 그 동의적 성과 강제적 성의 의미정립과 경계지움이다. 성에 관한 가치관은 개개인마다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를 국가에서 일률적인 기준으로 다룬다는 것은, 성폭력범죄의 법익이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점에 반하는 ‘성적 국가결정권’적인 보호가 되어버린다. 이러한 처리는 남성들이 우려하는 ‘억울함’의 문제를 불러오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른 특수범죄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성범죄만큼은 경찰과 검찰에서 성범죄 특별전담반을 구성하고, 각종 성문제 전문가들을 위촉하여 처리하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를 떠나서 본다면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다시 문헌으로 돌아와서, 강간죄의 객체를 여성으로만 제한한 것은 여성만을 보호하고자 함이 아니라, 강간범에 대한 법적 처벌은 강간이라는 남성의 행위에 의해 그 가치가 감소하게 된 딸이나 아내의 소유주라 볼 수 있는 남성에 대한 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지극히 남성중심주의적인 처벌규정이라 비판하고, 여성에게만 ‘정조’를 강요하는 남성중심적 관념이 깔려있다. 따라서 외국의 입법례처럼 강간죄의 객체도 ‘타인’이라고 해야 할 것이며, 이것은 또한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평등하게 보호할 수 있는 길도 될 것이다.

또한 아내를 강간죄의 객체에서 제외시키고 있는 형법학계의 통설은 그 근거를 찾기 어려운 남성중심주의적인 사고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형법은 개정의 필요도 없이 현재 강간죄의 해석상 아내가 제외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강간죄에서의 폭행·협박의 정도에 관해서도 문제이다. 현재 최협의의 폭행·협박설을 취하고 있고, 판례에서는 피해자의 ‘필사적 저항’이 있었느냐의 여부를 강간죄의 성립여부와 결부시켜 판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필사적 저항이 있을 경우 강간은 불가능하다는 잘못된 관념의 소산도 문제지만, 외국의 입법례와는 달리 화간과 강간 사이의 감경적 구성요건이 없다는 법적인 흠결의 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즉 비동의간음을 화간으로 간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강간에 대한 감경적 구성요건으로서 비동의간음을 규정한다면, 그러한 불합리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강간의 개념과 관련하여서도, 우리 나라에서의 이해방식처럼 남성 성기의 여성 성기에의 삽입이라고 좁게 이해하는 방식은, 강간죄에서 남성도 보호의 객체로 하자는 논점 이전에, 이 자체가 “남성성기중심의 문화”가 반영된 것이라는 지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의 입법례처럼 “성적 삽입” 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여성 뿐만 아니라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까지도 ‘평등’하게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성적 삽입이란, 질성교, 항문성교, 구강성교 뿐만 아니라 다른 이물질의 삽입까지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친고죄폐지문제도 성폭력범죄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다투어지고 있는 문제이다. 즉 성폭력범죄를 친고죄로 규정한 원래의 취지인 피해자의 명예보호와는 달리, 이 친고죄의 최고 수혜자는 가해자라는 것이다. 성폭력범죄를 친고죄로 하지 않되, 수사 및 범죄자 처벌과정에서 피해자의 명예와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법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되어 있으면 해결될 문제이나, 결국 현실적으로는 물질적·인적 자원의 충당 문제가 장벽이 된다. 정부는 그 많은 세금과 로또복권 수입금을 어디다 쓰고 있는 것일까?

이 외에도 성폭력특별법 하나만 놓고 보아도 세세한 문제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본 문헌을 읽고 필자가 느낀 것은 성폭력범죄의 처리만 놓고 보아도 우리 사회에 얼마나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냐는 것이다. 과잉처벌이니 여성편향이니 하는 견해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어머니, 아내, 딸이 성폭력을 당했다면 어떻게 변할지 과연 궁금하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상이라고 보일지 모르나, 성폭력범죄를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성폭력을 범하지도 당하지도 않은 입장에서 아무리 열심히 연구를 한 들 그 피해자만큼 그 범죄를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지도 못할 것이다. 연구자들이 중립적인 입장에 있다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피해자가 당하는 고통과 피해의 심각성을 모르는 상황에서 연구를 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된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 면에서 여자인 필자는 남자들이 성폭력범죄에 대해서 연구하고자 할 때는 그만큼 여자연구자들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연구자들이 이미 성폭력범죄에 대한 연구를 했지만, 필자는 앞으로 이 분야에 대해 보다 법학이 실천적인 학문을 보여주는 연구를 하고 싶다.

DATE: 2003.10.24 -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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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불능미수범의 위험성 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