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법 문헌 산책

Name	류화진

Subject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하태영,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한 요건, 비교형사법연구 제5권 제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03

하태영 교수님의 판례평석을 읽은 것입니다.

[대상판례] 대법원 2002. 1. 22. 선고, 2001도2254판결

[공소사실의 요지]
1. 피고인(서울 소재의 산부인과 원장)은 1998. 4. 6. 09:40경 자신의 병원에서 임신 32주정도 된 여인의 승낙을 받아 그녀를 상대로 자궁수축제 나라돌과 마취보조제인 염산날부핀 및 바리움을 투여하여 낙태를 시술하였다. 그러나 낙태가 성공하지 못하고 산모는 약 2kg 정도의 미숙아(피해자)를 정상적으로 자연분만 하였다. 신생아는 위 낙태시술 중 위 사용한 약품들로 인한 분만과정의 산소공급차단, 미숙아로서 호흡기관 미성숙으로 인한 호흡곤란증 등으로 심한 청색증을 보였다. 피고인은 나라돌 투여로 분만하는 경우 태아에게 치명적이어서 대부분 사산하게 된다는 의학적 지식 및 경험에 비추어 영아가 곧 사망하거나 뇌성마비 등의 후유증으로 생존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였다. 산모의 양해하에 영아를 그에게 인계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보호하면서 보온조치와 설탕물을 먹이는 등의 최소한의 조치만을 취한 채 인큐베이터가 설치된 대형병원으로의 후송 등 더 이상의 피해자 생존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그 후 38시간 정도가 지난 1998. 4. 7. 23:30경 호흡곤란증으로 사망하였다.

2. 영아의 사체는 다른 인체적출물과 함께 적출물처리업체인 수도위행직원으로 하여금 영아의 시체가 들어 있는 위 검정색 비닐봉지를 수거해 가도록 하여 벽제화장터에서 화장시키도록 지시하고 사체를 유기하였다.

3. 피고인은 그 이후에도 39명을 상대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낙태를 하였다.

[판결요지]
형법상 부작위범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형법이 금지하고 있는 법익침해의 결가 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를 지고 있는 자가 그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의 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이어서 그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만한 것이어야 한다.

[경과]

제1심 피고인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인정, 사체유기, 업무상 승낙낙태
제2심 살인부분에 무죄선고, 사체유기, 업무상 승낙낙태는 유죄로 유지
제3심 원심확정

[연구]

Ⅰ. 쟁점
① 피고인 의사에게 기대된 작위이행의 가능성
② 고의
③ 부작위와 인과관계의 문제

저자는 부작위범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유기죄를 진정부작위범에 포함시키고 있다(하태영, 541면 각주 3번 참조). 학자들이 유기죄에 대해 아직도 여러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유기죄와 부작위범 간에는 악연이 있는 듯 하다(류화진). 이에 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심도있는 연구를 하고자 한다.

Ⅱ. 부진정부작위범의 검토순서(하태영, 542면)

① 구성요건적 결과발생
② 결과발생방지의 가능성
③ 부작위
④ 작위와의 동가치성
⑤ 보증인지위
⑥ 결과와 부작위 사이의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⑦ 고의 혹은 미필적 고의

Ⅲ. 판례의 검토
1. 구성요건적 결과의 발생
피해자는 태아 상태에서 사산된 것이 아니라, 신생아로서 자연분만 된 후에 정상적으로 살아 있다가 호흡곤란증으로 사망했으므로, 사람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이 현실화 되었다.

2. 결과발생의 방지 가능성
검찰과 피고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된 쟁점이 이 부분이다.
검찰은 결과발생방지의 사실상의 가능성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피고인은 결과발생방지의 사실상의 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사실상의 구조가능성(검찰) ↔ 생존가능성(피고인)

항소심과 대법원은 종합병원으로 후송을 했다 하더라도 소생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인 사실을 알 수 있을 뿐이고, 달리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대형병원에의 후송 등 조치를 취하였을 경우 피해자가 생존가능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하여 피고인의 결과발생방지 가능성을 부정하고 있다.

결과발생방지의 가능성은 어디까지나 ‘사실상의 관점’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결과발생방지행위가 누구에게나 가능했고, 피고인에게도 가능했는가가 핵심이다.
저자는 응급상황에서는 의료시설이 양호한 대형볍원으로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 의료상식이고, 당시 상황에서 신속한 이송의 조치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의사는 38시간을 방치하였다. 또한 산부인과 전문의인 의사는 생명을 다투는 응급상황에서 응급구조의 수단에 대한 판단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종합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하지 않은 것은 의료상식에 어긋나는 행위로, 최선의 구조조치, 이송조치를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어 진다.
따라서 항소심과 대법원의 판결은 ‘결과발생방지의 가능성’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 생존여부의 판단은 구조조치 이행 이후에 판단해야 하는 문제이다(하태영, 547면).

3. 부작위
이 부분도 피고인과 검사의 주장이 대립되었다.
검사는 피고인이 대형병원으로 후송 등의 조치를 하지 않고 환자를 38시간 동안 방치하였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라고 했다.
피고인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① 싸이드램프와 핫백으로 보온조치, ② 산소공급 인튜베이션조치, ③ 영양공급 불가능, ④ 후송도중 사망할 것이 명백하여 자체치료를 했다는 것이다.

원심과 대법원은 “종합병원으로 후송을 하지 아니한 것은 부작위에 해당한다”고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고, 저자는 이를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4. 부작위의 동가치성
학계의 통설과 판례는 형법 제18조에 규정되어 있지도 않은 부작위의 동가치성을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사례에서 동가치성이 문제되어 부작위범이 성립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가가 의문이다. 보증인지위와 그 보증의무의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는 대부분 그 동가치성은 자동적으로 인정되고, 특히 동가치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행태의존적 결과범 조차도 동가치성이 문제되어 범죄성립이 부정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류화진). 나는 개인적으로 부작위범의 동가치성이라는 요건에 대해 회의적이다.

5. 보증인의 지위
여기서 저자는 형식설과 실질설, 그리고 결합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결합설은 실질설을 기본으로 하되 특히 형식설이 보증인의무를 법원으로부터 명확히 근거짓고자 하는 장점이 있다고 지지하고 있다(하태영, 551면). 보증인지위의 발생근거에 관한 기존 학설에 대한 의심은 품고 있지 않은 것 같다(류화진).
본 건에서 보증인지위는 선행행위를 의미한다고 저자는 보고 있다(하태영, 552면).

6. 인과관계와 객관적 귀속
이 점에 관해서도 검사와 피고인이 대립한다.
검사는 “피해자의 생존을 위해 필요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과 피해자의 사망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피고인은 “ 피고인이 피해자에 대하여 대형병원에의 후송 등 조치를 취하였을 경우 피해자가 생존가능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인의 부작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할 것이다”라고 줒아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확실에 가까운 개연성’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제2심법원과 대법원은 인과관계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인 하태영 교수는 세부적인 점에서는 다소 불명확함이 남더라도 부장위와 구성요건해당적 결과 사이에 오늘날의 경험법칙적 자연법칙적 관점에서 무리없이 긍인될 수 있는 정도의 합법칙적 관련성이 해명되면 족하다고 보아, 인과관계를 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하태영, 554면). 독일의 일부학자들도 피고인이 요구된 작위를 이행했더라면, 피해자의 사망의 결과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현실적으로 증대시켰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이상, 부작위로 범한 살인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한다(SK-Rudolphi vor §13 Rn. 16).

7. 고의
원심과 대법원은 살해의 범의를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인체에 치명적인 약품으로 태아를 낙태시키려 한 점, 낙태 실패 후 신생아에 대한 부작위로의 결과, 결과발생에 대한 의망이 낙태시술자의 내심에 머물러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미필적 고의는 있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하태영, 557면).

Ⅳ. 결론
결론적으로 대상판례는 피고인의 결과발생방지가능성, 인과관계, 고의를 판단하는데 오류를 범하여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있는데, 이는 논리적으로도 잘못일 뿐만 아니라, 연간 150만건에 달하고 있는 낙태율과 태아의 생명권이라는 중대한 문제를 감안했을 때, 바람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겠다.

DATE: 2003.12.04 -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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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화진
보증인지위에 관한 고민을 위한 단서를 찾을 수는 없는 논문이었고, 유기죄에 대한 학자들의 오해가 눈에 띄며, 동가치성이라는 요건에 대해 의심이 들게하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12.04 - 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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